[DBR]K뷰티 신흥 강자 비결?…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 개척

  • 동아일보

K뷰티 시총 1위 에이피알
피부과 시술 틈새 공략해
가격 낮추고 접근성 높여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 장악

‘기획-연구개발(R&D)-생산-유통’까지 전 밸류체인을 내재화해 출시한 에이지알 2세대 제품 ‘부스터 프로’. 에이피알 제공
‘기획-연구개발(R&D)-생산-유통’까지 전 밸류체인을 내재화해 출시한 에이지알 2세대 제품 ‘부스터 프로’. 에이피알 제공
K뷰티 열풍이 거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화장품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85억2000만 달러로 동 기간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신흥 강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14년 창업해 업력이 10여 년에 불과한 에이피알이 지난해 8월 ‘K뷰티 공룡’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며 시장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에이피알은 어떻게 전통 뷰티 대기업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신흥 강자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디지털 네이티브 D2C(소비자 직접 판매) 브랜드에서 시작해 파괴적 혁신 경로에 진입하고 있는 에이피알의 성장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12월 2호(431호)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디지털 네이티브 D2C 브랜드의 탄생

에이피알은 기존 성공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2014년 설립 당시 대부분의 중소 브랜드가 올리브영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입점을 목표로 할 때 에이피알은 처음부터 자사몰 중심의 D2C 모델을 구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소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확신 아래 내린 결정이었다. 에이피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신재하 부사장은 “모든 사람의 눈과 귀가 모바일로 향할 것이라는 디지털 전환 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첫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론칭한 후 커버력이 강한 ‘매직스노우쿠션’을 출시하며 비디오 커머스형 마케팅에 주력했다. 10, 20대에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들을 모델로 기용해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효과를 보여주는 영상을 SNS에 노출시켰다.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 외형을 보는 것이 아닌 피부에 바르고 변화가 생기는 장면을 SNS 영상으로 생생하게 확인하면서 ‘나도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도록 한 것이다. 또 영상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들어가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하면서 자연스레 자사몰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에이프릴스킨을 통한 창업 첫해 매출은 2억 원에서 이듬해 125억 원으로 급성장했고 매출의 90%가 자사몰에서 발생했다.

● 카피캣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에이프릴스킨의 성공에 이어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를 론칭한 에이피알은 패드에 토너가 미리 적셔진 형태의 ‘제로모공패드’를 출시했다. 당시 시장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올인원 스킨케어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곧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제로모공패드가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자 유사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것이다.

카피캣 제품의 범람은 에이피알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구조상 단순히 패키징, 성분, 제형 혁신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우위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신제품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도 타사가 형태, 제형, 성분을 조금만 변형해 출시하면 특허를 회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 부사장은 “타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이동해 비가역적 혁신을 이뤄내야 했다”며 “이때부터 에이피알 내부에서는 ‘경쟁사가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카테고리는 무엇인가?’라는 전략적 질문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피부과 시술의 틈새 파고든 ‘파괴적 혁신’


눈에 들어온 건 뷰티 디바이스였다. 국내에서는 울쎄라, 슈링크, 써마지 등 피부 미용 목적의 의료기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피부과 시술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었다. 에이피알은 이런 변화 속에서 뚜렷한 기회를 봤다. ‘피부과에서만 받을 수 있던 시술을 집 안에서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시장은 완전히 새로 열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이피알은 2021년 3월 홈 뷰티 디바이스 전문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론칭했다. 에이지알은 집에서 세안한 후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고 사용자가 기기를 얼굴 라인을 따라 천천히 쓸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 편의성이 강점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4년 12월 31일 기준 에이피알 매출에서 홈 뷰티 디바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3%까지 올라섰다.

에이지알의 성공은 에이피알이 ‘파괴적 혁신’ 경로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파괴적 혁신 개념을 주창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파괴적 혁신 기업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가 너무 비싸거나 접근성이 낮아 소비 자체가 불가능했던 ‘비소비(non-consumption)’ 집단을 새로운 시장으로 끌어들인다. 에이피알은 시간을 내 피부과를 예약,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나 시술 과정에 대한 부담, 지리적 제약 등으로 인해 관심은 있지만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비소비 집단을 에이지알 기기를 통해 홈 뷰티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반복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시장 밖에 머물러 있던 비소비자층을 흡수한 것이다.

나아가 에이피알은 ‘기획-연구개발(R&D)-생산-유통’까지 홈 뷰티 디바이스 사업의 전 밸류체인을 내재화해 뷰티테크 기업으로 본격 진화하고 있다. 에이지알 1세대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했다면 2023년 10월 에이지알 2세대 제품 ‘부스터 프로’(사진) 출시를 기점으로 자체 공장을 가동해 생산하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자체 R&D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항노화 신소재 기반의 헬스케어·스킨부스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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