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매화는 서로 닮은 듯 아닌 듯해도 그 자태는 한결같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하나 이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마음속 빈자리는 더 또렷해지고, 그 또렷함이 시인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매화를 찾아 즐기던 옛일이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남쪽 누각의 달 외에는 그리움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취하고 깨어나기를 되풀이하며 지난날의 섣부른 이별을 자책하지만, 그 몸부림은 끝내 허공을 더듬는 일에 가깝다.
겉으로는 눈과 매화와 달빛의 조화를 찬탄하지만, 시인의 마음은 헤어져 돌아가던 옛사람의 뒷모습에 매여 있다. 이별의 고통은 떠나는 순간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길고 눅진한 시간이 아닐까. 잊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잊히지 않는 날들, 누구에게도 꺼내기 어려운 날들 속에서 그는 미련을 놓지 못한다. 상대와의 갈등이 아니라 ‘그때 왜 그리 쉽게 놓았던가’라는 자기와의 갈등이, 시인의 겨울을 더 차갑게 만든다. ‘답사행’은 곡조명, 내용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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