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설치했던 고정 구조물을 PMZ 밖으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한중 간 서해 경계 획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PMZ 내에 중국이 심해 어업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는 부유식 구조물 ‘선란 1·2호’가 여전히 남는 데다 한중 간 서해 경계 획정에 대한 입장 차가 커 서해 구조물을 둘러싼 논란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서해 PMZ 내 중국 측) 관리플랫폼 이동에 관해선 (양측의) 양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동) 시기 등은 중국 측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PMZ 내) 관리하는 시설은 (중국 측이) ‘철수할게’라고 해서 아마 옮기게 될 것 같다”면서 서해 구조물 문제 해법으로 서해에 ‘중간선’을 긋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이동 가능성을 밝힌 구조물은 2022년 설치된 석유시추선 형태의 고정 구조물로 보인다. 중국은 2018년과 2024년 서해 PMZ 내에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선란 1·2호를 설치한 뒤 관리 시설로 이 고정 구조물을 추가 설치했다. PMZ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구역으로 해상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사실상의 공동관리수역이다. 중국 측이 무단 구조물로 서해를 내해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우리 정부는 구조물 3개를 PMZ 밖으로 이동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
중국 측이 서해상 고정 구조물을 이동시키겠다는 뜻을 밝힐 것은 진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관리시설로 들어와 있는 구조물이 혹시나 다른 용도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면서 “중국이 인근 해역에 반고정 시설물을 설치한 뒤 철수한 사례는 상당히 드문 만큼 전향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해 경계 획정을 두고는 이견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양국은 또 올해 서해 경계 획정 논의를 위한 차관급 회담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중은 2015년부터 해양 경계 획정을 위한 회담을 개최하고 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양국의 해안선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지점을 경계로 한 ‘등거리 중간선’ 방식을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 대륙붕, 영토 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일 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전 코트디부아르 대사)는 “현재로선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제법 원칙과 권리를 바탕으로 우리의 중간선 기준을 긴 호흡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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