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2부]<2>한국 법치수준 OECD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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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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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지키면 손해’ 인식 팽배

<2> 제멋대로 한국 법치

한국의 법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권이다.

세계은행이 매년 212개국의 국가운영(governance) 수준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사회 규율 준수, 계약 이행의 질, 재산권, 경찰력 등 법치 수준은 74점으로 미국(92점), 일본(89점)에 비해 한참 낮았다. 이는 2008년(75점)보다 떨어진 점수. 아시아권에서도 한국의 법치 수준은 중국(45점)보다 높았을 뿐 싱가포르(94)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법치 수준은 부패지수 등 전반적인 사회 발전 수준과도 깊은 연관성을 보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70점으로 일본(86점), 대만(73점)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이었으며 ‘정치자유도’ 역시 한국은 65점으로 일본(76점), 대만(69점)에 비해 낮았다.

이처럼 한국이 법치 수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은 법질서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아일보가 최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집단심층면접조사(FGI·Focus Group Interview)에서도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이 드러났다.

회사원 권모 씨(48)는 “(높은 사람에게) 전화 한 통화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공정성 시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 씨(50) 역시 “법원 판결은 죽었다 깨어나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치권에서 자기 정당에 불리한 판결이면 무작정 비난하는 걸 보니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며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판결이니 공정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판사나 검사의 비리가 밝혀져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법조계의 제 식구 감싸기도 법질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학원 강사인 유모 씨(38)는 “검사가 연루된 비리가 보도되지만 검찰 내부에선 그런 사람들까지도 감싸는 데 급급하니 불신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법 불신은 ‘법을 잘 지키면 나만 손해’란 인식을 확산시켜 법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FGI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엔 기회만 있다면 자신도 편법을 쓰거나 잘못된 관행을 활용하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주부 이모 씨(31)는 “나 혼자 한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지는 않는 것 아니냐”며 “나 혼자만 손해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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