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軍기밀 전산망에 있던 상황일지 내부인이 출력해 방송사에 건넨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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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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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시각 의혹 부풀린 문건軍, 존재자체 부인도 ‘거짓’

한 방송사가 공개해 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시간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켰던 ‘상황일지’(사진)는 군 작전 관련 전산망에 있던 자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상황일지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이 유출시킨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은 보도 직후 군에서 쓰는 문서 형태가 아니라며 그런 상황일지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문서일 가능성이 크다”며 책임을 돌리기까지 했다. ‘거짓 해명’도 문제지만, 기밀 문건이 통째로 유출될 정도로 군 기강이 해이해지고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9일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상황일지는 육해공군이 함께 볼 수 있는 한국합동지휘통제시스템(KJCCS·‘케이직스’로 읽음)에 올려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보안상 이동식 저장매체(USB 메모리)로 저장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케이직스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 화면을 띄워놓고 프린트로 출력해 유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케이직스는 군이 작전이나 훈련을 할 때 그 상황을 육해공군 전체에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 2007년에 160여억 원을 들여 구축한 통합시스템이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들은 이 시스템의 ‘채팅’ 기능을 통해 작전 내용과 상황을 수시로 전파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케이직스에는 군의 인사, 군수, 정보, 작전 등 중요 현황을 비롯해 작전이나 훈련 때의 보고 및 지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케이직스 접근이 군 당국으로부터 ID와 패스워드를 받은 사람으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여기에 담긴 내용은 최소 대외비 이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일지는 어떤 내용이 담겼느냐에 따라 군사기밀 급수가 달라진다”며 “상황일지에 매겨진 비밀 급수에 따라 유출에 대한 처벌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군 형법상 군사기밀 누설죄나 일반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케이직스는 군사기밀 가운데 중요 정보는 별도 항목으로 관리해 극히 일부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공개된 케이직스 상황일지에는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달 26일 △해군 2함대사령부와 해군작전사령부 간 교신을 통한 최초 상황 발생 보고 시각이 오후 9시 15분으로 돼 있고 △오후 9시 16분에 백령도 방공 진지에서 폭음이 청취됐으며 △20분에는 지진파가 발생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동길 “천안함 침몰원인 규명,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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