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3개이상 소그룹으로 쪼개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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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경영권 3년 보장”
설연휴전 3800억 투입될듯
조업중단 최악사태 면해


■ 금호일가 백기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자금난으로 사실상 그룹 절반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8일 오너 일가의 분리경영 조치를 통해 3개 이상의 소그룹으로 쪼개질 공산이 커졌다. 또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에 합의하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계열사들의 조업이 중단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형제 간 계열분리 수순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8일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오너 일가와 막판 합의를 이뤘다”며 “오너 일가는 보유한 주식 전체의 의결권 및 처분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고 집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 오너 일가의 주식 및 부동산은 모두 합쳐 25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합의한 바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은 박찬구 전 회장 부자와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지분 구조상 금호석화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계열사 중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 계열사(금호폴리캠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도 박찬구 전 회장 부자가 경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김 수석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은 추후 채권단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며 “이 같은 계열사 분리경영 방안은 채권단과 오너 일가가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박찬구 전 회장이 금호석화를, 박삼구 명예회장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을 경영하며 점차 계열분리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금호석화가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하고, 박 명예회장 부자가 금호석화 지분을 팔아 타이어 지분을 사들이면 형제 간 지분 구조가 정리된다”며 “사실상 경영정상화 후 계열분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자금 3800억 원 투입…협력업체 줄도산 피할 듯

신규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이었던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확정되면서 채권단이 약속한 3800억 원의 자금이 설 연휴 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호 계열사들의 공장가동 중단과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은 전제조건이 해결된 만큼 가능한 한 빨리 금호산업에 28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9일 채권단 동의 절차가 마무리되고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가 제출된 직후 1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데드라인을 넘기며 막판까지 문제가 됐던 대주주 책임 논란이 진정되면서 금호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2월까지 실사를 마치고 3월 말까지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박찬구의 귀환
작년 ‘형제의 난’때 물러나
7개월만에 경영일선 복귀▼

작년 7월 ‘형제의 난’으로 물러났던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이 그룹 위기를 ‘기회’ 삼아 7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박 전 회장을 몰아냈던 박삼구 명예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박 전 회장에게 다시 내주면서 이번엔 다소 밀리는 모습이 됐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복귀할 기회를 기다려 왔다. 그룹에서 해임된 이후 법적 소송을 검토하는 등 계속해서 재기를 시도하다 5일 사재 출연과 함께 경영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박 전 회장은 이번에 막판까지 채권단 및 박 명예회장과 협상을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산지’의 이은경 변호사는 8일 “박 전 회장은 오늘 합의서에 사인했다”며 “사재 출연에 기본적으로 동의했으나 박 명예회장 등과 세부적 항목을 협상하느라 사인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경영복귀 카드를 내세워 다른 가족 일부의 지지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사재 출연을 거부했던 고(故)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을 설득한 사람도 박 전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로 형제간 분쟁이 막을 내렸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워크아웃 성공 여부와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이 앞으로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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