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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현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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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자리 내준 공교육… 교사·학교 권위 실추 불렀다[광화문에서/김현지]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학원에 거의 보내지 않았다. 공부는 내재적 학습 동기가 가장 중요하며 부모의 조바심에 학원으로 아이 등을 떠밀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이의 주요 일상이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영어 실력이 많이 뒤처진다”는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얘기다. 정기 상담에서 선생님은 “보통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문법과 말하기를 배워 온다”며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추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기 쓰기나 문제 풀이 숙제 좀 내달라는 나의 주문에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 학교에서까지 내주기 힘들다”고 했다.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고 뭐 하느냐는 말로 들렸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학부모가 교사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교사와 학교의 권위가 실추된 데는 공교육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에도 원인이 있음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의 자리를 사교육에 무기력하게 내어준 탓은 아닌지. 입시 지향적 교육 수요를 촘촘하게 파고든 사교육의 효율을 공교육은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지 교육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수많은 10대가 사회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는 폐해를 사교육은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도 패배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져야 돈 버는 곳이 사교육 시장이다. 무엇보다 사교육은 미래 사회 적응에 필요한 자질을 가르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10대가 직장을 구해야 할 시기엔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하고 있을 것이다. 10대는 기계와 경쟁해 이길 능력을 갖춰야 한다. 창의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다른 이와 협업하는 능력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창의력이나 협업 능력은 높고 낮은 정도를 수치화하기 힘들다. 시간과 돈을 투입한다 해도 교육 효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는 사교육이 들어갈 틈이 없다. 공교육만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으로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사교육이 해오던 방식대로 물고기를 어디서 어떻게 잡으면 되는지 구체적 지침을 주는 일이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될지 역시 의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알아내 직접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이처럼 지식보다 태도를 가르치는 것 역시 공교육이 더 잘할 수 있다. 현재 교권 실추 해결을 위해 거론되는 대책들은 기술적 차원에 그친다는 인상을 준다. 교사 면담 사전예약제,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 등 ‘방지’ ‘보호’ ‘처벌 강화’를 강조한 방어적 키워드로는 교권 실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힘들다. 학부모 민원에 지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금, 특목고 입학에 실패한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 마 범죄자로 전락하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의 물결이 몰려오는 지금이 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줄 학교와 교사가 가장 절실한 때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8-09 23:42
[광화문에서/김현지]아시아나 파업 우려… 대한항공이 뒷짐 질 일인가“호찌민에서 인천으로 출발하기 14시간 전에 결항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저녁 먹으러 나가다가 메시지 받았다는군요.” “7월 24일 런던 갈 예정인데 하필 그날부터 파업인가요? 숙박이며 투어 예약 다 어쩌죠? 항공편 문제 하나로 여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데 참 어이없네요.” 예고 없이 날아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소식에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가 온통 난리다. 여름 휴가철 항공 승객을 볼모로 잡아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아시아나 노조에 비난이 내리꽂힌다. 하지만 사정을 알면 노조의 입장도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크게 위축돼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직원들이 급여를 깎아가며 고통을 분담했는데 지난해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활이 빠듯해 대리운전에 택배 배달까지 투잡 뛰는 아시아나 기장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조종사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10%, 사측 인상안은 2.5%다. 간극이 크다. 그런가 하면, 적자가 쌓이고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내는 마당에 노조 요구대로 월급을 올려줄 수 있느냐는 경영진의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타까운 대립 속에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른다. 예고된 조종사 파업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대한항공의 움직임이다. 대한항공은 “타사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아직 인수한 게 아니니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공식화한 대한항공이 그렇게 팔짱 끼고 강 건너 불 보듯 하기만 하면 되나 싶다. 불확실한 미래와 노사 갈등에 지쳐 더 많은 아시아나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자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인수합병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노사 화합이기 때문이다. 피인수 기업의 노조는 흔히 합병 전후 사측과 적대적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 전 노조 파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합병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리처드 앤더슨 전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피인수 회사인 노스웨스트항공의 가장 큰 문제가 경영진에 적대적인 노조임을 간파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전념했다고 한다. 피인수 기업의 직원을 끝까지 포용하며 노사 화합을 이뤄낸 델타항공 사례는 국제 항공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 사례로 꼽힌다. 아시아나 노조를 달랠 방안을 무엇이라도 제안하는 것 이외에 대한항공이 할 일은 아시아나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빚어질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체 항공편 마련 등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는 모습에 소비자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금이 그 의지를 보여줄 기회가 아닌가 한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7-18 23:39
[광화문에서/김현지]가짜 정보와의 전쟁에서도 MS와 구글 솔루션을 써야 한다면흩어져 있는 정보를 종합 정리해 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덕분에 정보 습득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적지 않다. AI가 조작한 이미지에 속아 쓸데없는 분란이 일어나거나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벌어지니 말이다. 검소와 청렴의 아이콘인 교황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패딩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3월). 미국 국방부 청사가 대규모 폭발로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5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하고 병사들은 흰색 깃발을 흔든다(지난해 3월). 가짜라서 더 유명해진 이 이미지들은 모두 AI 작품이다. 자세히 뜯어 보면 교황의 손 모양이 어색하다든지 하는 AI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결함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얼핏 봐선 감쪽같이 속기 십상이다. 가짜 이미지뿐인가. 텍스트 쪽에선 가짜 정보가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성되고 있다. 뉴스 신뢰도 평가회사인 미국 ‘뉴스가드’에 따르면 뉴스 사이트처럼 보이는 웹사이트 150여 개가 전적으로 AI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텍스트로 채워지고 있다. 오래전 사건을 방금 일어난 것처럼 쓰거나 살아 있는 사람을 ‘사망했다’고 전하는 글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런 가짜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내가 접한 정보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가짜인지 항상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AI 문해력은 AI가 잘못된 정보를 전해 줄 수 있다는 사실까지 인지하는 역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니 내 일이 줄긴커녕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만하다고 치자. 정보의 발원지를 파악하면 진위를 가릴 수 있으니까. 발원지가 공신력이 있는 매체라면 믿어도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믿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공신력 있는 매체의 정보마저 조작 배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의 워터마크(복제 방지 이미지)가 찍힌 사진이 워터마크째로 조작돼 소셜미디어에서 흘러다니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AI가 진화할수록 가짜 정보를 판별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앞으로 어떻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할까. 가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방패 역할을 할 솔루션을 도입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BBC와 뉴욕타임스는 자사 기사에 디지털 지문을 넣는 ‘프로젝트 오리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뉴스 원본에 초록색 지문을 넣고 조금이라도 조작이 가해지면 붉은색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다. 콘텐츠 이용 내력이나 작성자 정보를 담은 메타데이터를 심는 기술도 제안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조작방지 솔루션을 제안하는 곳이 전 세계에 AI를 적극 보급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같은 빅테크라는 점이다. AI의 작동 방식을 가장 잘 아는 곳이 AI의 폐해를 막을 적임자일테니 그럴 수 있다고 하기엔 찜찜하다. 이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책임감으로 조작방지 솔루션을 내놓았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을 벌여 놓고 상대에게만 판돈을 계속 깔라고 하는 상황은 아닌지. 게임의 규칙을 잘 모르거나 규칙을 만들 만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판돈만 계속 깔아주는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6-16 23:30
샘 올트먼의 ‘AI 규제론’은 ‘사다리 걷어차기’일 수 있다[광화문에서/김현지]‘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인류를 멸망시킬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달려든다. 기술이 성공한 뒤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따져본다”고 하던 그는 원폭실험에서 죽음의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트루먼 정부에 원자폭탄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의회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를 촉구했다는 소식에 오펜하이머가 떠올랐다. 올트먼 CEO는 “점점 강력해지는 AI의 위험을 줄이려면 정부 개입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 결과물이 상업적, 정치적으로 사용될 때 가치중립적일 수만은 없다. 자신의 창조물이 인류의 보편가치를 뒤흔들지 못하게 규제해 달라고 한 점에서 두 사람은 같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오펜하이머와 달리 올트먼은 AI가 미국 정부의 핵심 전략자산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았다. 그는 백악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민관합동 AI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빅테크 거물들도 동행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정치적 전략자산으로 AI에 쏟는 관심과 열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릭 페리는 2019년 열린 ‘AI서밋 뉴욕’에서 “우리는 AI 패권을 위한 장대한 경쟁의 시대에 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전의를 다졌다. 미국이 전의를 불태우는 상대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미지 인식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능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생산한 AI용 고성능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다. 미국 자본은 중국 AI 기업에 투자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의 올트먼이 AI 규제의 필요성, 특히 국제적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역시 중국의 AI 굴기를 겨냥한 조치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이 없던 곳에 새로 룰이 만들어지는 것은 후발주자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규제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후발주자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 후발주자 무리에 중국뿐 아니라 우리도 포함돼 있다. AI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올트먼의 AI 규제론이 후발주자의 추격을 방해하는 선발주자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 업계에선 “한국이 AI 산업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시간이 3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여러 규제가 이 촉박한 시간에 우리 자체 기술 개발 기회를 축소하거나 박탈하지 않도록 룰 메이커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어느 쪽에도 휩쓸리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후발주자의 숙명이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5-23 21:30
‘다른 이의 콘텐츠 공짜로 끌어쓰기’가 너무 쉽다[광화문에서/김현지]#1. 지방 C대 한 학과의 2학기 전공강좌 교재로 P출판사의 책이 선정됐다. P출판사는 수강생 200명 중 절반 정도가 책을 살 것으로 보고 100권을 인쇄했다. 하지만 실제 팔린 책은 단 1권에 불과했다. 출판사 측은 학생 한 명이 대표로 책을 사서 복사한 후 수강생 전체가 공유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2. 법학전문대학원 교재를 납품해온 A출판사 대표는 로스쿨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학기 법학 교재 70만 원어치가 전자문서로 복제돼 단돈 5000원에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문서는 공유하기가 쉽기 때문에 한 번 복제되면 해당 책의 수명은 사실상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참다못한 A출판사는 교재를 스캔해 판매한 학생과 이를 구매한 학생 50명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1번 사례는 1999년 2월, 2번 사례는 2023년 4월 각각 본보 기사에 소개된 것들이다. 두 기사의 시차는 무려 24년. 하지만 1번에서 ‘복사’라는 단어를 ‘스캔’으로 바꿔놓으면 2번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출판업계의 해묵은 골칫거리인 콘텐츠 무단 복제가 요새는 인공지능(AI) 산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개발사들이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며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복제하고 있는 것이다. 챗GPT 돌풍을 일으킨 미국 오픈AI는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 기사, 게티이미지의 사진과 일러스트, 트위터와 레딧에 올라온 글과 대화를 끌어와 사용했다. 하지만 저작권자에게 미리 고지를 하거나 허락을 받지 않았고 사용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제휴 언론사의 기사 데이터를 언론사와 협의 없이 AI 자회사에 넘겨주려다 뭇매를 맞았다. 이렇게 허락 없이 콘텐츠를 사용하는 일이 시대와 산업,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 일이 너무 쉽기 때문일 것이다. ‘쉽다’는 것은 복제를 하는 일이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고 무단 사용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다. 복사나 스캔은 단순 작업이다.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집행유예나 수백만 원의 벌금에 그치는 일이 많다. 온라인 콘텐츠 복제는 더 쉽다. 크롤링봇을 만들어 뿌리면 된다. 현행 저작권법은 ‘사람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람이 아닌 크롤링봇이 콘텐츠를 복제하는 행위가 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내 노고(勞苦)의 결과물이 예사롭게 복제돼 여기저기 사용되고 있는데 정작 나는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을까? 산업계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수십 년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복제의 심각성을 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런 상태로 AI 저작권 문제를 잘 풀 수 있을지 미리 걱정된다. 저작권자들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수확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모든 지식, 창작 산업의 발전은 곧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돈’인 디지털 경제에서는 더욱 그렇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4-30 21:30
[알립니다]동아일보 ‘AskBiz’ 챗봇 개발 입찰 공고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AskBiz’ 챗봇 개발과 관련해 개발 대행사 선정 입찰 공고를 다음과 같이 진행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1. 사업 개요 가. 사 업 명 : 동아일보 경제·경영 전문 챗봇 ‘AskBiz’ 개발 나. 사업일정 : 계약일~2023년 12월 다. 용 역 비 : 최대 100,000,000원(부가세 포함) 라. 과업내용 : 동아일보 경제·경영 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뢰도 높은 챗봇 개발 2. 주요 개발 과제챗봇 개발 및 서비스에 관한 턴키 방식의 과업 수행 (1) LLM 모델에 동아일보 경제·경영 기사 데이터 Fine-tuning (학습 데이터 전처리 작업 포함, 데이터 용량 10GB+α) (2) ‘할루시네이션’ 최소화를 위한 과업 수행 (3)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한 응답 최적화 3. 입찰 참가신청서 제출 구비서류 가. 입찰참가신청서 1부(첨부양식 참조) 나. 사업 제안서 1부 (자유롭게 작성) 다. 가격 제안서 1부 (첨부양식 참조) 라. 최근 3년 간 유사사업 실적 1부(첨부양식 참조) 마. 기업신용등급 평가서 1부 바. 사업자등록증사본 1부 사. 법인등기부등본 1부 아. 데이터 보안 유지 및 소스코드 공개 서약서 1부 4. 접수마감 및 제출처 가. 접수마감 : 2023.4.21(금) 12:00시 도착분까지 나. 제출방법 : 이메일 또는 직접제출 다. 제출처 : - 이메일 nuk@donga.com, donganuk@gmail.com (2곳 모두 제출)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29 동아일보사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16층) 라. 심사 방식: 서류심사 및 현장발표 심사(발표 5분, 질의응답 5분 등 총 10분) (심사위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2인, 언론재단 추천 외부 심사위원 2인) 마. 현장발표 일시 및 장소: 4월 마지막 주, 동아일보 사옥(구체적 사항은 개별 통보) 바. 최종 선정자 발표 : 개별 통보 ※ 제출서류 및 과업안내 세부내용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 문의: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 김현지 팀장(02-361-1501, nuk@donga.com)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3-04-14 18:05
[광화문에서/김현지]‘AI 선제골 줬다’ 말하는 지금이 ‘속도’ 대신 ‘방향’ 생각할 때다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구글과 네이버의 번역기에 각각 넣고 돌리면 구글은 ‘love guest and mother’로,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는 ‘a loving guest and mother’로 번역한다. 어느 쪽이 좋은 번역인지 미국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둘 다 썩 좋지는 않지만 파파고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love guest’는 부적절한 관계를 연상시키지만 ‘loving guest’는 ‘사랑스러운’ 혹은 ‘사랑 많은 손님’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파파고가 소설 내용을 반영해 의역을 내놓은 건 한국어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한 덕일 것이다.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이 국내 시장에서 우월성을 보장하는 보호막인 셈이다. 문제는 실리콘밸리 인공지능(AI)의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돼 가는 마당에 언어 장벽이 언제까지 보호막이 되겠느냐는 점이다. 오픈AI가 GPT-3에 이어 석 달 만에 선보인 GPT-4는 대중 유행어까지 이해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향상됐다. 언어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네이버, 카카오, LG, SK텔레콤 등 국내 회사들도 AI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미국 테크기업 간 경쟁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 국내 기업 임원은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오픈AI 기술도 사용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당분간은 유효하겠으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오픈AI는 AI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AI 생태계 전체를 독점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승자독식 구도로 흐르기 쉬운 ‘디지털 경제’ 시대에 해외 업체에 선제골을 내주고 걱정에 휩싸인 국내 AI 업계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망연자실 해외 테크기업의 등을 바라보지만 말고 AI를 이용해 어떤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인지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의 사회와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필요로 할지, 미래 사회에서 추구할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우리의 서비스가 그 가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할지 고찰하는 일이다. 혹자는 “바쁜 사람 붙잡고 한가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AI 경계론은 폭주하는 AI 개발 경쟁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AI 전문가와 석학 수백 명이 “통제불가한 AI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성명에 사인했다. 이 성명은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인류가 제어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6개월간 AI 개발을 중단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딥러닝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등이 동참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챗GPT가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있다”며 챗GPT 접속을 원천 차단했다. 막대한 돈과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테크산업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세찬 물결의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할지라도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에 답이 있음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4-04 21:30
[광화문에서/김현지]AI에 학습시키지 않을 데이터도 중요하다챗GPT가 공개된 후 여러 기대와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직업의 미래에 쏠려 있지 않나 한다. 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지, 새로 뜨는 직업은 무엇일지, 지금 잘나가는 직업이 미래에도 잘나갈지는 각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기사 댓글 2303개를 분석해보니 언급량이 특히 많은 직업은 ‘판사’(빈도수 상위 47위), ‘교수’(91위), ‘검사’(197위), ‘의사’(228위) 등이었다. “AI 판사가 공정한 사회에 크게 도움 될 것”(get0****), “AI 의사가 진료를 보면 오진이 줄어들 게 확실”(onsa****)이라는 맥락이다.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고 이해관계에 얽힌 인간의 판단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AI가 좀 더 정확하고 편견 없는 결론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AI 판사가 인간 판사보다 공정한 판결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까? AI 의사는 오진 없는 진단을 내려 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9년 AI 의료 솔루션 ‘옵텀’이 흑인 환자보다 백인 환자에게 의료 처치가 더 집중되도록 유도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 자원이 백인에게 쏠려 있던 과거 데이터를 옵텀이 학습한 탓이다. 아마존의 AI 채용 시스템은 여성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남성 지원자 위주의 채용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AI가 내놓은 편향적 정보나 결정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알고리즘 개발자인가, 학습 데이터를 만든 기획자인가? 오류 우려가 있음에도 성급하게 제품을 출시한 회사의 책임인가, AI 개발과 활용을 시장에만 맡겨 놓은 정부의 책임인가? AI의 오류 문제는 AI의 상업적 성공에 적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개발사는 애써 개발한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할 수 있다. 오류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AI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를 구제 받기도 힘들 것이다.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지도 모른다. AI에게 무엇을 학습시킬지뿐 아니라 무엇을 학습시키지 말아야 할지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예컨대 법률적 판단을 도울 AI를 만든다면 학습할 데이터세트에 편향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지 않은지 사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의료 솔루션을 만든다면 의학 최신 지견을 반영할지 말지 전문가들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AI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 학습시키면 안 되는 데이터를 골라내는 일은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와 관련해선 데이터세트에 넣지 않을 데이터를 결정할 때 그 사회의 가치관이나 윤리관이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AI 전문가들은 AI 학습 데이터의 개발과 활용을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정부가 2020년 발표한 인공지능 윤리기준은 인권선언 수준의 추상적 지침에 그쳤다. 각 실무 단계에서 방향타로 사용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만드는 시점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2023-03-05 21:30
올해 세뱃돈 주던 손, 떨린 이유 있었네 [데이터톡]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난방비 폭탄까지 겹쳐져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탄식이 나오는 요즘, 설날 세뱃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가 초등학생 세뱃돈으로 5만 원이 적당한지에 대해 물었더니 68%(13,312명)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적당하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30%, 5914명)이었습니다. 세뱃돈이 부담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5만 원 지폐를 꺼내들 때 나 혼자 1만 원, 3만 원을 건네기는 멋쩍다는 한 네티즌은 이렇게 푸념합니다.ntll****그넘에 자존심에 자격지심이… 능력은 안되는데 폼은 잡고싶고 말야. 지갑에서 그지(거지)된 다음~ 집에 와서는 쿠폰 찾아 식품세일이라도 하는 마트 찾는 흥부들. 순간의 창피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스운 것이지. 초-1만 원, 중-2만 원, 고-3만 원, 대학-5만 원 이 정도만 하자 좀.● “세금 내고 생활비 쓰면 남는 돈 없더라“세뱃돈을 계기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뜯어보니 올해 설에 세뱃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생활비와 보험료, 세금 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여유자금이 크게 줄어든 것인데요. 아래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 가계동향조사 3년 치(2020년~2022년)를 분기별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7~9월) 가구 평균소득은 487만 원, 지출은 372만 원이었습니다. 소득은 전 분기(4~6월)에 비해 4만 원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지출은 21만 원이나 늘었습니다. 세뱃돈 여유도 자연스레 팍팍해졌습니다. 소득에서 지출을 뺀 금액을 흑자액이라고 하는데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가구평균 흑자액 선이 3분기에 급격히 꺾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2분기(4~6월) 132만 원이었던 흑자액이 3분기엔 115만 원으로 줄었죠. 줄어든 금액은 17만 원입니다. 초등학생 조카 한 명 당 세뱃돈 5만 원 준다면 3명에게 줄 돈이 날아간 셈이네요. ● 식생활비, 이자비용 모두 늘어어디에서 지출이 이렇게 많았을까요. 지출을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소비지출에선 음식·숙박, 오락·문화에 지출한 금액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2.9%, 27.9% 급증했습니다. 코로나 19 방역이 느슨해져 오랜만에 외출했다가 외식비와 놀이공원 입장료에 놀라 당황했던 기억, 낯설지 않죠.각종 세금과 보험료, 이자비용 등 경직성 비용에 쓴 금액인 비소비지출도 늘었는데, 특히 이자비용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위 그래프는 가구 당 이자 부담이 올해 들어 얼마나 급격히 커졌는지 보여줍니다. 가구 당 평균 이자비용은 3분기에 10만4000원으로 전분기 대비 12.5%,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이 모두 늘었으니 가계가 쪼들릴 수 밖에요. 나 혼자 힘들고 어려운 건 아니었죠.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에서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습니다.kmk6****차례비용에 부모님 용돈에 애들 세뱃돈까지… 명절에 돈 백 만 원 넘게 나간다. 여유 있는 집이라면 덜 부담스럽겠지만 명절후유증으로 가계부담 크다. 주지도 받지도 않음 좋겠지만 오랜만에 본다구 어느 한 쪽에서 주면 받고 쌩깔 수는 읎다. 받은 만큼 그 집 애들도 줄 수 밖에…ㅠㅠ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3-01-28 14:00
[댓글민심]소아과 ‘오픈런’ 댓글 최다빈도어가 ‘돈’인 이유[데이터톡]오늘은 소아과 오픈런을 하고 왔다. 어제부터 갑자기 마른기침을 켈록켈록 하더니 간밤에는 꽤나 뒤척이면서 콧물까지 흘리는 아기 때문이었다. 동네에 유일하게 갈 만한 병원 하나가 일요일 오전 진료도 하길래 오픈 시간에 맞춰서 ‘똑닥(병원 예약앱)’ 예약을 하고 갔다. 바로 예약했는데 이미 내가 선택한 선생님은 16명 대기 중. 나머지 선생님 둘도 20명 이상씩 대기 중. 내가 예약하자마자 다시 들어가 보니 선생님 셋에 대기만 150명 가까이... 춥고 비오는 날 아침, 소아과는 정말이지 북새통을 이루었다.- 5개월 아기 키우는 ‘soni’님 블로그(2022년 10월) 아이가 아파 밤새 애태우다 동네 병원이 문 열기를 기다려 ‘오픈런’한 경험,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사람에겐 익숙한 일일 것입니다. 인천 길병원처럼 입원실 있는 큰 병원마저 소아청소년과 진료인력 부족으로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정부는 필수진료과인 이른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의대 정원 확대로 풀겠다고 하는데요.의사 공급을 늘리면 정말 괜찮아질까요? 이번 ‘금요일엔 POLL+()’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이 실효성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1만9150명의 응답자 중 65%(1만2491명)는 “(의대 정원) 늘려야한다”고 답했고 32%(6197명)는 “늘려도 도움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의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내외산소’로 인력이 흘러갈 것이라는 의견과 의사 쏠림 현상을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늘려봐야 소용없다는 의견이 맞서는 모습입니다.●댓글 최다빈도어 TOP5에 ‘돈’ 네티즌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2020년 1월19일부터 현재(2023년1월18일)까지 3년 간 ‘필수 진료’, ‘의대 정원’을 키워드로 종합일간지 10곳의 기사 213개를 찾아 댓글 1061개를 분석했습니다. 댓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TOP5는 ‘의사’, ‘의대’, ‘의료’, ‘정원’, ‘돈’이었습니다. ‘의사’ 등 검색 키워드인 단어를 제외하면 ‘돈’이 등장이 가장 의미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돈’이 사용된 맥락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의사들이) 돈 밖에 모른다’와 ‘돈(보상)이 해결책이다’라는 완전히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거든요. ‘돈밖에 모른다’는 얘기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댓글에서 나옵니다.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겠는데 수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입니다.pkj3****오랜 기간 의사 증원을 집단적으로 반대해온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 그들의 행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에 집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중략) 돈벌이에 집착하지 말고 의술의 실현에 보람과 가치를 느껴야 한다.비슷한 맥락에서 ‘밥그릇’이라는 단어도 자주 보입니다.free**** 의사가 충분히 많아 봐라, 기피과고 나발이고 그런 게 어디 있냐. 백날 시스템 타령 수가 타령이지. 밥그릇 안 줄이려고 의대 정원 안 늘리고. 의대 정원 늘리자니 환자 생명 담보로 파업이나 해대는 최악의 집단이 의사협회다. 이런 견해엔 의사들이 이기적인 기득권 집단이라는 부정적 감정이 깔려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필수진료과 의사가 버는 돈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아.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더 많이 보상해야 해” 라는 견해를 담은 댓글에서도 ‘돈’이 자주 쓰였습니다. 여기서는 보상의 대상이 의사 전체가 아니라 필수진료과 의사로 좁혀집니다. 의대 정원 확충보다 의료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df06**** 의사를 매년 10만 명 뽑아봐라. 힘들고 돈 못 벌고 의료사고 많이 생기고 수시로 소송 걸리는 소아과 흉부외과 외과 내과 같은 과 할 바보가 어디 있음? 전부 미용 성형하고 그도 안 되면 미국 의사 시험 쳐서 미국으로 갈 거임. ‘지역’, ‘지방’이라는 단어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mean**** 의사 수 늘린다고 지방 가서 소송위험 높고 진상환자 봐야하는 과 의사 하겠냐. 지역별로 수가를 차등화하든 기피과를 부양하는 정책을 써야지. 그냥 무턱대고 의사 늘리면 알아서 분배되겠지라는 간단한 생각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음.여기서도 ‘돈’, 저기서도 ‘돈’을 얘기합니다. ‘돈’이 사용된 맥락은 다르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의 핵심은 결국 돈이라고 보는 댓글 민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 현업에서 자기 전공 안 살리는 전문의들 의대 정원 확대가 꼭 필요할만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2010년~2020년)를 보면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의사 수를 보면 전체 전문의 중 소아청소년과의 비중이 지난 10년 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7.5%에서 2020년 7.1%로 약간 줄긴 했지만 급격한 감소세라고 하긴 힘든데요. 그렇다면 왜 현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일까. 현업에서 일하는 전문의 통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과목별 의료기관 근무 전문의(2020년) 통계에 따르면 현업에서 소아청소년과에 근무하는 전문의 비중은 6.8%로,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비중 7.1%보다 낮았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업에서 자기 전공을 살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에서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의사 비중이 현업에서 해당 전공을 살려 근무하는 의사 비중과 같거나 후자가 다소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죠. 전문의들이 자기 전공 대신 다른 진료과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아래 댓글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jcj8**** 소아과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지금도 충분해요. 대학병원에서 일할 의사(야간 당직의사, 응급실 상주의사)를 안 뽑아서 그런 겁니다. 전공의가 없는 이유는 나와서 전공 살릴 일자리가 없으니 신규 의사들이 지원을 안 하는 거구요.필수진료과 전문의가 현업에서 자기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해결책 대신 의대 신설 등을 통한 의사 정원 확대안부터 테이블에 꺼내놓으니 공감을 얻기 힘든 것 아닐까요?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3-01-21 14:00
[댓글민심]‘피의자 얼굴공개’ 연관어로 ‘인권’, ‘무슨’ 뜬 이유?[데이터톡]택시기사와 전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2)의 얼굴은 결국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을 뿐이죠. 그는 1월4일 검찰에 송치되며 대중 앞에 설 때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최대한 가렸습니다. 이번 POLL+에서는 이처럼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범죄자의 경우 현재 사진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에 물었습니다. 1만6594명의 응답자 중 98%(1만6223명)가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안된다’는 의견은 2%(285명)에 그쳤습니다. ‘조용한오뚜기’ 독자는 댓글창에 “우리도 외국처럼 범인의 최근 실물사진을 공개해 전 국민이 알게 해야 된다. 타인의 삶을 뭉개버린 흉악범에게도 인권을 줘야하나?”라고 썼습니다. 댓글창에 있는 10개의 댓글 중 공개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담은 글을 없었습니다. ● “꼭 최근 사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현행법 현행법은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현재 사진 대신 신분증에 있는 10년 전 사진을 공개하게 되는 이유는 공개할 사진을 찍는 시점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꼭 최근에 찍은 사진만 공개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죠. 피의자의 가장 최근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수사기관이 구금 과정에서 찍는 ‘머그샷’인데, 이 머그샷을 공개하려면 피의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머그샷은 피의자의 동의 아래 공개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당사자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고,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되니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범인이라고 해서 신상을 공개했는데 나중에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도 없지 않으니까요.●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나”전국 10개 종합일간지가 2020년 9월부터 현재(2023년 1월10일)까지 피의자 얼굴 공개 이슈를 다룬 기사 110개와 댓글 2086개를 분석해보니 대부분의 댓글이 현재 사진 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의자 얼굴 공개’ 키워드와 연관어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인권’이었습니다. ‘인권’은 크게 두 개의 맥락에서 자주 쓰였는데요, 첫 번째는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느냐’, ‘피해자의 생명권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인권을 굳이 존중해 줘야 하느냐’라는 격한 감정의 표현에서, 두 번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이 피의자의 인권보다 더 중요하다’, 즉 피해자 가족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빼앗겼으니 피의자에게 ‘얼굴 공개’라는 형벌이 내려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맥락에서 였습니다. rhee**** 앞으로 인권은 사람에게만 적용하자…사람의 탈을 쓴 악마들에게 무슨 인권mjym**** 살인자에게 인권 존중이 있었음 살인을 안 했겠죠. 살인자에게 인권을 존중해달라는 분들은 교과서를 떠나 본인의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먼저 생각해보시길lho1**** 흉악 범죄자의 얼굴을 허락받고 노출해야 한다고? 진짜 어이없네~ 그럼 억울하게 죽은 이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은 없는 거냐?모두 ‘피의자가 곧 살인자’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의견들이었습니다. 댓글창이 ‘대중의 욕받이창’이라는 듯 감정적 댓글이 넘쳤습니다. ● ‘얼굴 공개’라는 형벌, 피의자에 내릴 수 있나 이렇게 댓글 민심이 피의자의 현재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얼굴 공개 자체가 대단히 엄중한 형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굴이 공개되면 징역을 살고 나온 후에도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죽을 때까지 낙인 속에 살아야 하죠. 범죄 전력을 알리는 문신을 새기는 ‘묵형(墨刑)’이 고대 형벌의 한 종류였던 점을 생각해 보세요. 범죄자 자신 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고통 속에 살아야 합니다. 얼굴 공개는 이렇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예상하게 해 범죄 충동을 억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죠. kjsk**** 예전부터 제일 큰 형벌이 사형 제외하고 쪽팔림이었다. 사형집행 전에도 쪽은 팔고 죽게 했지. 지금 사형 없으니까 신상공개해서 부모형제 쪽 팔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범죄자한테 인권이 어딧노논란이 되는 지점은 얼굴 공개라는 형벌을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내릴 수 있느냐라는 것인데요. 수사의 결과보다는 대중적 감정에 휩쓸려 얼굴을 공개했다가 나중에 범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그 후폭풍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얼굴 공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재범 방지라는 목적이 반드시 얼굴 공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냐는 점도 생각할 점이죠. 현행법은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 공개를 허용하면서도 지금의 얼굴을 공개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어정쩡하게 규정해 놓아 혼란을 키우고 있는데요. 공개하라는 것인지,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애매합니다. 얼굴 공개를 허용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현재의 법 조항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향후에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3-01-14 14:00
[댓글민심]“남성 숙직 전담” 얘기에…‘군대’ ‘페미’ 와글와글[데이터톡]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이번 주 POLL+에서는 “남성 직원들만 숙직하도록 하는 것은 차별 아니다”라는 인권위 판단에 대해 물었습니다. 수도권 소재 한 금융회사 IT센터에 근무하는 남성 A씨가 “여성 직원에게 주말과 휴일 일직을 주면서 남성 직원에게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불리한 대우이자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했는데 인권위는 차별이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응답자 1만9258명 중 67%(1만2861명)는 남성 직원의 숙직 전담은 “차별”이라고 답했고 32%(6149명)는 “차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차별이라는 의견이 차별 아니라는 의견보다 두 배 가량 많습니다. Alcino 독자는 “숙직은 그 조직의 일원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직무의 일부이다. 성별의 영역에서 논의되어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썼습니다. “차별이 아니다”라는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요, 불리한 신체조건 등을 고려해 여성을 숙직에서 제외하되 대신 남성에게는 숙직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자는 의견이 한 축, 근로자 보호를 위해 여성을 숙직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다른 한 축입니다. Truth..!! 독자는 “여성이 남성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여성은 신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책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썼습니다. ● “남성이 약자” 피해 의식 자극한 인권위 결정문인권위의 판단이 보도되자 포털 뉴스 댓글창은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사실 인권위의 결정문 전문을 읽어보면 이 일이 이렇게 시끌벅적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권위는 “남성 숙직 전담으로 인한 갈등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푸는 것이 타당하고 향후 특정 성별에 야간 당직을 전담시키는 관행은 개선하자”는 원론적 이야기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문이 궁금하면 링크 클릭 ) 하지만 “불평등한 성별 권력 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결정문 끝부분이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제대로 건드렸습니다. ‘여성들이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이제 성차별의 희생자는 남성으로 바뀌었다’라는 피해의식이죠. 데이터톡은 인권위 결정이 보도된 지난해 12월22일부터 현재(2023년 1월4일)까지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 등 20개 언론사가 해당 이슈를 다룬 기사 28개와 댓글 785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했습니다. ‘군대’, ‘페미’가 메인 토픽인 1번 토픽 빈도수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남성 역차별‘이 이슈일 때 항상 나오는 단어들입니다.g_lo**** 그럼 제발 남녀평등 하게 여자도 군대 좀 가자~!! 지겹다 툭하면 남녀평등!! 가장 꽃다운 시절을 군대에서 보내는 남자는 호구냐~!!?dani**** 일은 안 하고 싶고, 임금은 똑같이 받고 싶고, 승진도 똑같이 하고 싶고. 저러면서 남녀 차별, 남녀임금차별 주장하고 어휴 페미니스트들은 역겹다.여성들이 유리할 때는 조용히 있고 불리할 때만 ‘평등’을 찾는 ‘선택적 성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난도 빗발칩니다.lwhd**** 왜 여자가 불리한 건 차별이고, 여자가 유리한 건 차이인가요?● “‘보호 받아야 할 존재’ 인식이 ‘여성 배제’ 원리로 작동할 우려”숙직 같은 힘들고 험한 일을 맡지 못한다면 승진이나 보상에서 제외되어도 불만을 갖지 말라는 의견도 뒤따랐습니다. xang**** 여성은 약자라서 숙직이나 지방출장 못가요. 그래서 여성은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 감수하며 남자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거에요. 남자보다 수행업무의 한계가 있거든요.여성은 업무수행능력이 낮은 ‘B급 인력’이니 보상과 대우도 그에 맞게 B급이면 된다는 논리죠. 여성은 열등한 존재라는 오랜 편견, 그리고 그 편견을 깨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한 비아냥이 깔려 있습니다. 인권위도 이번에 결정문을 쓰면서 이런 편견이 작동할 여지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는 성차별적 인식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원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일터에서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선 하버드 경영대학원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콜린 앰머먼 교수는 동아일보의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신랄하게 지적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는 유난히 남성에게 몰렸으며 여성이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차이는 여성은 힘든 경험을 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매니저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중략)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성장해 빛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지 않으면 일 그 자체에도 성별 편향성이 생긴다. 중요도가 낮은 프로젝트와 역할이 여성 직원의 영역으로 비치는 것이다. 직무 내에도 ‘업무 분리’가 나타나 여성은 보상이 적은 일을 맡게 되리란 기대가 커진다. 이에 따라 여성은 자기 지위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자원해 달라는 요청을 더 많이 받는다. “- ‘젠더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보리스 그로이스버그·콜린 앰머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21년 5-6월호숙직 논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보안 시설 등 근무 환경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고, 그것이 해결돼 여성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없이 당직 근무를 편성하는 것이 여성에게도 필요한 일일 겁니다. 일터에서 ‘보호받아야 할 인력‘이라든지 ‘B급 인력‘으로 인식돼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는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기자 nuk@donga.com}2023-01-07 14:00
[댓글민심]공무원도 점심에 쉰다는데…‘세금’ ‘월급’ ‘연금’ 논쟁, 왜?[데이터톡]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이번 주 POLL+에서는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12~1시 휴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응답자 2만4322명 중 79%(1만9298명)가 “도입하면 안 된다”고 답했고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0%(4747명)에 그쳤습니다. ‘고수목마’ 독자는 “일반인들은 관공소에 볼 일 있을 때 점심시간대를 이용한다. 당연히 점심시간에도 공무원을 근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 더욱 그렇다”며 민원인이 많이 찾는 시간대를 피해 식사를 하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반면 ‘Jim88’ 독자는 “공무원 점심시간은 다른 회사의 점심시간과 연계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31년 전 독자의 편지에서 다룬 것사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 논쟁은 꽤나 해묵은 것입니다. 31년 전 동아일보에 도착한 독자 편지도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독자의 편지] 관청 점심시간 ‘휴무’, 교대근무 할 수 없나 (1991년8월25일)건물 등기부 등본을 교부받을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틈을 내 등기소에 들렀다. 12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안내하는 사람 하나 없고 10분 쯤 기다리고 있으려니 등기소 안에서 식사를 하던 중인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 “지금 접수를 하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전화 뿐 아니라 그 어떤 업무도 볼 수 없다며 1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기다렸다 접수를 하고 거의 1시간 이상 지나서야 등본 1통을 교부받았다. 최소한 다른 직장이라면 몰라도 관공서만큼은,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면 꼭 점심시간 1시간을 다 쓰느니 보다는 40분씩이라도 교대로 업무를 보아 민원인의 편의를 봐주면 어떨까. 박OO <서울銅雀구上道1동>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많은 관공서들이 점심시간 교대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공무원 당사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12시 점심시간 휴무는 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자의 휴식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측이 교대 근무, 순번제를 강요하며 사측의 의무를 노동자에게 떠넘겨 왔다”고 주장합니다. 전공노는 지난해 10월 ‘12시 멈춤! 공동행동’을 선언하며 12시 점심 휴무 쟁취를 다짐했습니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내년 4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고요. ● “교대근무 그렇게 어렵나”포털 뉴스 댓글은 대부분 12시 점심시간 휴무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댓글 다는 사람들의 직업 구성비만 생각해 봐도 이런 결과는 쉽게 추측할 수 있죠. 공무원보다는 비공무원이 훨씬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분석에서는 민심이 어떤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지 단어 간 연관성을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분석 대상은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 등 20개 언론사가 2021년 4월(광주시가 공무원 점심 휴무제 도입을 알린 시점)부터 2022년 12월27일 현재까지 공무원 점심 휴무제를 다룬 기사 36개와 댓글 713개입니다. ‘공무원’과 함께 쓰인 단어 중 빈도수 상위에 ‘세금’, ‘월급’, ‘봉사’, ‘연금’ 등의 단어가 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 단어들이 어떻게 조합됐을지 추측되시나요?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국민에 봉사’, ‘공무원 연금’ 등을 떠올렸다면, 맞습니다. 대표적인 댓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gefo****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이렇게 일시에 문 닫고 쉬면서 국민들 불편하게 해야 되나? 은행처럼 돌아가면서 밥 먹으러 가도 1시간만 보장받으면 되는 거 아냐? qoae**** 국민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다. 교대로 하면 되는 것인데, pure**** 점심시간 못 챙기는 불편함보다 그 이외 받고 있는 혜택을 생각해 보시길. 정시퇴근 못하시나요? 각종 휴가 못 쓰시나요? 언제 잘릴지 몰라 힘드시나요? 점심 다 함께 먹어야하는 생각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급기야 공무원 연금제를 손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sl11**** 이게 무슨 공무원이야. 일반 회사원이지. 왜 공무원 노후 보장하려고 일반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을 보존해줘야 하는 건지, 한번 물어나 봅시다.● “교대근무해도 제대로 밥 먹을 수 없어”빗발치는 비난 속에 12시 점심 휴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힘을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몰아세우기만 하는 건 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근무 인력이 적거나, 직원 수에 비해 일이 많은 곳에서는 교대로 식사를 하더라도 1시간 휴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거죠.jiki****밥 먹고 차 한 잔 마시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겨? 그리고 점심시간에 일을 시키려면 돈을 지급해.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한 명의 생활인이야, 정부가 악덕기업 역할 하는겨?ockh****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공무원도 인간이다.점심시간 휴무제로 몸살을 앓는 관공서가 있다면 민원 공무원의 교대 식사제를 운영하되 점심 휴게 1시간 동안은 확실히 쉴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없을까요?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3-01-01 11:00
[댓글민심]“건강보험 대수술” 연관어 OO 많았다 [데이터톡]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이번 주 POLL+에서는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 폐기 기조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응답자 3만598명 중 87%(2만6592명)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유지해야 한다(6%)”와 “폐기보다는 수정·보완해야 한다(7%)”는 의견은 총 13%(4006명)로 집계됐습니다. ‘유수산’ 독자는 “현 건강보험법은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번 국민에게 가혹할 정도로 많은 보험료를 요구한다”며 “나라에서 다 해 준다면서 국민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는 건강보험법은 악법으로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반면 ‘동래재활요양병원‘ 독자는 “서민들의 선택진료 부담, 비급여 부분 부담, 간병료 부담을 덜어주는 문재인 케어를 왜 포기해야 하느냐“며 폐기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문재인 케어 대수술 불가피’ 선언한 윤석열 정부 2017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실직이고 두번째가 의료비”라며 문재인 케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비급여 항목 3800여 개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MRI-초음파 등 건보 적용… ‘문재인 케어’ 30조원 투입’ )그로부터 5년 후, 윤석열 대통령은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며 문재인 케어를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대수술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MRI와 초음파 검사 등 과잉진료 문제가 지적돼 온 항목에 대해 건보 기준 적용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의료쇼핑’ 대책도 마련됩니다. 1년에 365회 이상 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해 본인부담비율을 90%까지 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외래진료를 365회 이상 받은 환자가 2550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현 행 개 편 안 두통 환자의 뇌·뇌혈관 MRI신경학적 검사를 받기만 하면 적용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야 적용수술 전 상복부 초음파제한 기준 없이 적용'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연 365회 이상 과잉 의료 이용자본인 부담금 평균 20%본인 부담금 90%외국인 피부양자입국 즉시 적용입국 후 6개월 지나야 적용(배우자, 미성년자녀는 입국 즉시 적용) ● 국적, 세대 갈등 드러난 건보 보장성 문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민심은 어떨까요. 전국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 방송사 21곳이 복지위 국정감사 첫날인 10월5일부터 12월20일까지 네이버에 송출한 기사 78개와 여기에 달린 댓글 580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메인 토픽인 1번 토픽에는 ‘재정’, ‘중국’ ,‘ 노인’ 등의 단어가 빈도수 상위에 있습니다. ‘재정’은 건보 보장성을 높일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재원 문제를 걱정하는 댓글에서 주로 쓰였습니다. 문재인 케어가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입니다.osy0**** 엑스레이 찍어도 충분한 걸 MRI를 찍어서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국가는 최소한의 보장만 해주면 되는데 정권 유지를 위해서 선심정책을 남발해서 국가 재정을 도탄에 빠뜨렸다.‘중국’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건보에 기여하기보다는 혜택만 많이 받아간다는 피해 의식을 보여주는 댓글에 등장합니다.top8****중국인들이 문제인 케어로 의료 혜택 받는게 싫다. 몇 개월만 보험료 내면 의료혜택 받는게 말이 되냐? 중국 시진핑도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 그렇게 혜택 주나?ghjk**** 외국인들 혜택이나 이중국적자나 걸러내시오. 한국 국적 취소 안하고 방학시즌에 와서 의료투어 많이들 하더만.‘노인’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노인층이 윤 정부 때문에 건보 혜택을 덜 받게 됐다는 댓글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sos0**** 노인분들 병원 많이 가는데 혜택을 다 폐기하면? 윤석열 대선 투표 비중이 50대, 60대 이상이 높았는데 참나. 아이러니 하쥬?● ‘장모’가 빈도수 상위 19위, 왜? 댓글에 사용된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 빈도수를 세어보니 ‘건강’, ‘나라’, ‘의료’ 등 사이에 ‘장모’가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장모’의 빈도수는 상위 19위에 올라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는 경기 파주시의 요양병원 개설, 운영에 관여해 요양급여비용 22억9000여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로 2020년 11월 기소됐다가 지난 12월16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하지만 무죄 판결과 무관하게 이 사건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 보험료를 월 7만 원 낸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보험료 부실납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부정적 댓글의 논거가 되고 있습니다. enfr****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 9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 60억자산가 건보료 7만원 부정수급😡이런 거 땜에 적자나는거다!gofl**** ‘모럴 해저드’란 영어 쓰지 말고 ‘장모 편법술’ 때문이라고, 국어 , 국산 말로 건강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해 보게. 국가의 책무가 국민건강보험의 다양한 상황, 조건을 조절, 재조정하는 거라네, 그저 뒤집어 엎어버려서, 전 정권에 스트레스 푸는 것 아니네. 정말 유치해서 원!포털 기사의 댓글은 원래 원색적인 것이 특징입니다만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는 더 원색적이고 독한 말들이 쏟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독한 말들이 오고가게 된 데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 몫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12월13일 국무회의에서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 재정을 파탄시켰다”고 말했죠. 건보 재정을 아껴 의료 사각지대나 중증 질환에 집중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엿보이지만 재정 적자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 해 여론을 분열시킨 것은 아니었는지. 댓글을 보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하나하나가 무겁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기자 nuk@donga.com}2022-12-24 15:00
[댓글민심]“마스크 쓰는 일이 웃프다”고 할 때[데이터톡]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이번 주 POLL+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대전 등이 내년 1월1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1만4056명이 응답해 “지금부터 지자체 자율에 맡겨도 좋다(45%)”와 “전국 단일 방역체계를 유지해야 한다(53%)“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코로나 신규 확진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듯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 있습니다. ● “식당 문턱 넘을 때만 마스크 쓰라니…”포털 기사의 댓글은 의무 해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정책 기사 댓글은 보통 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쓰여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해제를 주장하는 댓글이 얼마나 많은지 보는 대신 어떤 이유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분석에는 LDA알고리즘을 이용했습니다. LDA는 문서에 사용된 단어를 통해 해당 문서의 주제(topic)를 유추하는 알고리즘입니다. 분석 대상은 대전시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밝힌 12월2일부터 12월14일까지 네이버에 송출된 기사 381개와 댓글 1594개입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댓글의 주제는 크게 5가지로 분류됩니다. 원의 지름이 가장 큰 1번 토픽이 이번 댓글의 메인 토픽입니다. 1번과 거리가 가까운 3번 토픽도 1번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번 토픽에는 ‘해제’, ‘식당’, ‘착용’, ‘강제’ 등이, 3번 토픽에는 ‘대중교통’이 빈도수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맞물려 ‘식당’과 ‘대중교통’이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강제’라는 단어와 함께 많이 사용됐음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래와 같은 댓글입니다. heun**** 식당, 까페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 벗고 있다가 출입문 통과하는 순간에만 마스크 쓰고 출입문 넘어가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덜 떨어진 짓을 1월 말까지 계속하라고? youn**** 식사 할 때는 얘기하고 밥 먹고 하는데 식당 들어갈 때는 마스크 쓰고 들어오라 하는 웃픈 현실. djzo**** 클럽, 유흥업소, 술집, 카페보다 대중교통이 위험한 근거는 무엇?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선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며 식사하는데 대화할 일이 많지 않은 지하철,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 방역’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4번째 토픽에는 이런 불신이 좀 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학’, ‘통제’, ‘타도’, ‘독재’ 등이 상위에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외국 사례도 자주 언급됩니다. umy2**** 실내마스크를 왜 써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도 없으면서 헛소리.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미국 같은 선진국은 다 자율로 풀었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영유아 등 감염 취약자를 위해 계속 착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에 띕니다.gogo**** 확진자 세계 넘버 1에 무슨 마스크를 벗냐 ? grac**** 실내마스크 계속 쓰자. 갓난쟁이들은 마스크 못 써서 실내 가면 다 걸릴 판이야.“팬데믹은 사회적 합의로 끝난다”정부는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르면 내년 1월 해제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언제 해제할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할 고위험 시설의 범위는 어떻게 할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포함시킬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칼로 무 베듯 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할 과학적 데이터가 과연 있을까요? 그런 데이터가 있었다면 마스크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벌써 정부가 공개했겠죠.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은 끝났다”고 발언한 후 거센 후폭풍도 일지 않았겠죠.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한 칼럼에서 “팬데믹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끝난다”고 썼습니다. 어떤 팬데믹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0이 된다든지 모든 인구가 백신을 맞는 날 종식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진자 수라든지 마스크를 쓰냐 마냐에 더 이상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날이 팬데믹이 끝나는 날이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정부는 얼마나 과학적 근거를 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할 때 정부는 잘 했습니다. “예방접종과 치료제 및 병상 확보 정도, 해외 국가의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추세, 코로나 재유행 안정세 진입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고 사람들은 불만이나 불안감 없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만하면 됐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유연한 착용 가이드를 만들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보다는 “감염 취약자를 배려해 달라”는 말로 호소력 있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마스크 의무를 자율로 전환했을 때 방역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 여부도 우리 사회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죠.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2-12-17 16:00
[댓글민심]“성범죄자-무인도”에 담긴 불안함[데이터톡]동아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설문에 응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에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추가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선보입니다. 이번 주 POLL+ 이슈는 성범죄자의 주거제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는 질문에 1만5827명 중 83%(1만3097명)가 “합당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 의견은 15%(2417명)에 그쳤습니다. 거주지 제한에 찬성한다는 ‘닉네임한글여덟자’ 독자는 “재범 우려 때문”이라며 “성범죄자, 특히 아동성범죄자는 갱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울이’ 독자는 “교도소 수감 목적이 교정인데 수감을 통해 교정된 사람의 주거를 제한한다는 것이 과잉 조치”라며 “출소 후 재범이 우려되면 수감을 통한 교정이 안 된다는 것이니 평생 약물 투약 등 다른 종류의 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은 좀 더 살벌했습니다. 10월1일부터 12월7일까지 두 달 간 ‘성범죄자 출소’, ‘성범죄자 주거제한’을 키워드로 포털 뉴스 192개, 댓글 477개(중복 댓글 삭제)를 끌어와 살펴보니 477개의 댓글 중 “주거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은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단어 사용 빈도를 보면 댓글에 사용된 단어 6937개 중 ‘사형(10위)’, ‘놈(16위)’, ‘거세(22위)’, ‘무인도(26위)’ 등 처벌강화, 격리, 고립을 의미하는 단어가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성범죄자’와 ‘무인도’ 간 상관관계도 높았습니다. ‘성범죄자’가 있는 댓글 문장에 ‘무인도’도 함께 자주 언급됐다는 의미입니다. verd**** 여성 열명을 성폭행하고 15년 형을 받은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범죄자의 인권이 왜 보장되어야하나요.(김근식은 미성년자 10여 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 복역함) skei**** 성범죄자들은 별개의 마을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되도록이면 무인도로.일부 국가는 아동 성범죄자 거주를 제한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상 가치와 충돌한다는 의견을 고려해 법제화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총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주거 제한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댓글민심에는 전과자 신상과 주소를 공개하고 성충동조절 치료와 전자장치 부착, 외출시간 제한 등으로 관리 감독하는 현재의 조치만으로 재범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주어진 형기를 채우고 나온 성범죄자를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데 강경 일변도 조치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지금보다 설득력 있는 성범죄자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2-12-10 16:00
[댓글민심]“도어스테핑, 하지마 그냥”의 두 가지 의미[데이터톡]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동아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설문에 응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에 포털 기사의 댓글 분석을 추가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선보이려고 합니다. 이번 주 POLL+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조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윤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3만842명이 응답했습니다. 89%(3만954명)가 “잘했다”고 한 반면 “잘못했다”는 응답은 10%(3475명)에 그쳤습니다. ‘잘했다’는 독자는 “대통령의 흠만 잡으려는 기자들 앞에 서서 좋은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슬리퍼’는 ‘예의 없음’을 의미 좀더 다양한 독자층이 접속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민심은 어땠을까요? 데이터톡은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한 11월21일부터 12월1일 기간 중 도어스태핑 중단을 다룬 기사와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을 네이버 뉴스 섹션에서 끌어와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기사 278개, 댓글 1851개 입니다. 댓글 분석에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 ‘연관성 분석’입니다. 한 문장, 혹은 한 단락 안에서 특정한 두 단어가 자주 등장하면 두 단어의 연관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요, 도어스테핑 댓글을 뜯어보니 “슬리퍼-기자” 단어 조합이 상위에 올라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슬리퍼’와 ‘기자’가 함께 언급된 댓글이 많았다는 의미죠. ‘슬리퍼’ 단어빈도 역시 상위 10%에 속해 있을만큼 ‘슬리퍼’는 이번 사태의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슬리퍼’ 단어를 사용한 댓글들은 대개 ‘기자의 예의 없음’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zigu**** 기자가 기본 예의도 없이 슬리퍼 질질 끌고 시비 터니까 중단 할 수 있지-ykw0**** 슬리퍼 끌고 와서 쌈질하겠다는 말투와 태도! 이게 기자냐? 슬리퍼처럼 사소한 것에 연연하는 것이 ‘쪼잔해 보인다’, ‘괜한 트집 잡는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이런 의견은 2~3개에 그쳤습니다. kweo**** 슬리퍼 신은 기자들 한둘이 아니더만. SNS에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트집 그만 잡고. 다른 언론사들 어떻게 하나 한번 보겠다. 이건 전형적인 언론길들이기 언론 탄압인데.(하략)● “하지 마, 그냥”은 누구를 탓하는 말? ‘그냥’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단어 조합도 연관성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그냥’은 “하지 마”라는 말과 함께 주로 쓰였는데요, 우리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을 때 툭 내뱉듯 “하지마, 그냥”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냥’이 ‘기자’, ‘대통령’과 각각 쌍을 이뤄 여러 차례 언급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하지마, 그냥” 앞에는 보통 “이럴 거면”이라는 조건문이 축약돼 있는데, 이 조건문에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기자’라는 의견과 ‘대통령’이라는 의견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죠. step**** 대통령이 문제가아니라 기자들 수준이 저질이라 도어스테핑이 의미가 없다. 질문도 싸우자는 식의 말투의 시장 잡배수준. 그냥 안 하는 게 답이다“이런 의견은 “MBC에 밀리지 말라”는, 윤 대통령 지지층의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래 의견은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도어스테핑도 중단하라”는 비지지층의 주문으로 해석됩니다. ybr8****그냥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게 대부분의 국민들의 여론입니다. 나타나서 문제만 일으키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기가 싫다는 것입니다. 데이터톡은 이번 분석에서 댓글민심이 어느 쪽을 더 무겁게 질책하는지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포털 기사 댓글에 특정 집단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어 연관성만 살펴봤습니다. ● ‘용산’은 ‘소통’의 상징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용산-소통’ 단어 조합입니다. ‘용산’을 언급한 댓글은 대개 “계속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이 소통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gyu9**** 소통하려고 용산 간 거 아니었냐?-ring****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간 거라더니, 아무도 못 보게 아예 셔터 내려버리는 거냐?용산의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시민, 기자들과의 접촉이 많은 ‘소통의 대통령’이고 도어스테핑은 용산 시대 개막의 상징이니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용산-소통’ 조합보다 2단계 아래 랭킹된 ‘언론–탄압’ 단어조합은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고 있습니다.skyj**** 자유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대통령이라니 전혀 앞뒤가 안 맞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고 말하는 자유는 도대체 무엇인가요?hgju**** 문대통령이 독재고 불통이라고 떠들던 국힘아, 제멋대로 용산 이전, 언론탄압, 무책임, 여론무시, 영수회담도 안하는 윤석열은 뭐라고 할래? 독재에 불통은 너희가 하는 것 아니니?우리는 상대방과 화해, 화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때 “하지마, 그냥”이라고 말해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이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겠죠. 네티즌은 “하지마, 그냥”이라고 했지만 여기에 담긴 민심은 정말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 겁니다. “하지마, 그냥” 앞에 있는 “이럴 거면”이라는 조건문을 잘 해석한다면 현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현지기자 nuk@donga.com}2022-12-03 14:00
“아껴 써도 100만 원 훌쩍…4인 가족 식비 얼마나 쓰세요?”[데이터톡]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가족 4명이예요. 요새 식비 얼마나 쓰세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아껴 써도 100만 원 넘네요. 여기에 외식비랑 배달시키는 것까지 하면 150만 원이 넘어요. 저흰 외식도 많이 안 하고 몸이 힘들 때나 사먹거든요. 진짜 물가가 장난이 아니네요”“△△△ 초3, 중1 아들 있어요. 식비만 거의 200만 원 드는 것 같아요. TT”“○ 중딩, 초딩 여자애 둘 있는데 외식 배달은 두세 번 정도인데도 고기 사랑, 과일 사랑이라 식비만 한 달에 150만 원요.” 물가상승률 6% 시대, 허리띠를 조이는데도 지출은 점점 늘고 내가 낭비를 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처지인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올라옵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4인 가구는 외식비로 월 평균 57만3150원 지출했습니다. 집에서 밥 해먹을 여력이 적은 맞벌이 가구는 이보다 5만 원 많은 62만6625만 원을 썼습니다. 외식비는 식당에서 쓴 비용과 배달음식 시켜 먹은 비용, 일터에 나와 쓴 식사 비용을 모두 포함합니다. 2분기 외식비 지출은 1분기(1~3월) 월 평균 49만 원보다 8만 원 많았습니다. 4인 가구가 한 번 외식할 때 보통 5만~10만 원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식 두 번 더 할 수 있는 비용이 인플레이션 속에 녹아 사라진 셈입니다. ○ 그동안 못했던 외식 좀 하자는데… 한 달에 외식을 세 번 한 4인 가구의 지출금액을 따져봤습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에 중국 음식 한 번, 치킨 한 번 먹었을 뿐인데 22만 원이 나옵니다. 식당 주인들은 “식재료 값이 오르고 인건비도 올라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외식 수요가 늘어나 음식값을 밀어올린 요인도 있습니다. 배달비도 무섭게 오르고 있죠. 배달비는 지난해 평균 3000원이었지만 올 들어 대부분의 업체가 500~1000원 인상했습니다. 최근 한 택시 기사는 “통닭 배달은 1.5km에 4500원이다. 주말이면 500원, 비가 오면 1000원 할증한다. 사람 운송은 2km에 3800원이다. (사람이) 통닭만도 못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하죠. 배달비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니까 정부가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 배달비를 공개하는 배달비 공시제까지 도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 밥값 아끼려 고기, 과일 덜 사먹었다 식비는 소득이 줄거나 가격이 오르더라도 지출 금액을 줄이기 힘든 비탄력적 비용입니다. 외식비와 집밥 해 먹는 비용(식재료 구입비)을 모두 합친 식비 총액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4인 가구 식비 총액에서 눈길 가는 대목은 식재료 값이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밥 비용이 지난 분기보다 오히려 5만 원 가량 줄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뭔가를 덜 사먹었다는 얘기인데, 품목별로 살펴보니 고기와 과일 구입비가 올초에 비해 각각 1만1000원, 9000원 가량 줄었습니다. 다른 식재료 구입비는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고기와 과일은 가장 인기 있으면서도 가장 비싼 식재료 중 하나 입니다. 더 저렴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취약한 품목이기도 합니다. 식비 걱정에 장 볼 때 고기, 과일을 집어들었다가 가격표 보고 다시 내려놓은 경험이 모두 한 두번 있었던 셈이죠. 고기, 과일을 덜 사먹은 덕(?)에 집밥 해먹는 비용이 외식비보다 적어졌습니다. 이것도 2020년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허리띠를 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외식비와 집밥 비용을 합친 전체 식비는 111만1690원. 여전히 사상 최대였습니다. 가계소비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했습니다. 그만큼 다른 곳에 지출할 여유가 없어진다는 얘기인데요. 인플레이션 속에 ‘생계유지형 소비’로 내몰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2-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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