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훈]상식 안통하는 북한정권 다루는 법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뜨거운 가슴인가, 차가운 이성인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통상 두 가지로 대답이 나뉜다.

그래도 반만년 동안 함께 살아온 우리 동족 아닌가? 아직도 부모형제가 남과 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는 뜨거운 가슴으로 북한을 보듬자는 주장이다.

6·25전쟁을 일으켜 500만 동족을 사상케 한 집단, 전쟁 이후에도 무장공비와 간첩 4500여 명을 침투시키고 어부 350여 명을 납치한 집단이다. 이는 북한을 차가운 이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사실에 근거하여’ 바라보는 일이다. 사실에 근거하여 남북관계를 바라보면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김구 선생의 남북협상 제의를 수락하고 나서 제주도4·3사건을 일으켰고, 조만식 선생의 교환 제의를 수락한 직후 6·25남침을 개시했으며, 7·4남북공동성명 직후부터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게 북한이다.

최근에는 남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강경 기조를 반복했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는 서울 불바다 발언, 김대중 정부 때는 동해 잠수정 침투, 노무현 정부 때는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개성공단의 남한 당국자 추방에 이어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을 들 수 있다. 모두 의도된 도발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사고를 치고 나면 오리발을 내밀면서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했다. 2006년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시험 운행을 하루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더니, 그 책임을 한국 내 인공기 소각사건으로 돌렸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때는 우리 해군에 기습공격을 퍼붓고 ‘남조선의 선제공격에 따른 자위적 조치’였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비무장 여성 관광객에게 등 뒤에서 총격을 가해 사망하게 한,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남측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큰소리친다. 한마디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다.

북한 정권의 실체는 최근 개봉한 영화 ‘크로싱’을 보면 더욱 명백하다. 극 중 차인표의 아내는 결핵을 앓는다. 약을 구할 수가 없다. 약도 없지만, 돈도 없다. 못 먹어서 영양실조가 심각한 아내는 결국 죽고 만다.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온 아들 준이, 꽃제비의 생활은 눈물겹기만 하다. 길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주워 먹는 꽃제비는 모두 우리 아들딸이 아닌가?

탈북 동포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두만강 국경지역에는 수많은 북한 주민이 목숨을 건 탈출을 벌인다. 이대로 가만두면 올해에만 20만∼3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식량 지원을 하겠다는 데도 거절한다. 정권의 자존심을 굶어죽는 수십만 인민의 목숨과 바꿀 수 없다는 게 북한 정권의 상식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친북좌파가 날뛴다. 교통사고로 숨진 효순 미선 양의 목숨은 소중하고, 순수한 비무장 여성 관광객인데도 총격을 받아 숨진 박왕자 씨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다는 말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니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북한에 대한 맹목적 환상에 젖은 친북좌파를 국민에게서 격리해야 한다. 친북좌파가 그토록 북한을 동경한다면 북한으로 보내버려야 한다.

북한을 녹이겠다는 햇볕은 우리의 안보의식만 녹아내리게 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라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정권, 어떠한 약속이나 문서도 김정일의 말 한마디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북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권.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전제로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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