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량을 줄인다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새로운 금연 약물 개발에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루 흡연량을 최대 78%까지 줄이는 데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해당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니코틴 중독 치료에 활용하는 동시에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라 라자고팔 미국 리제너론유전학센터 연구원과 조반니 코폴라 연구원 연구팀은 뇌에서 니코틴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일부인 β3 소단위를 만드는 유전자 ‘CHRNB3’의 변이가 하루 흡연량 감소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4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니코틴 중독 치료 신약 개발은 거의 정체돼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금연 치료 보조제 ‘바레니클린’이 2006년 승인된 이후 새로운 원리로 작용하는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 중 흡연량을 줄이는 데 관여하는 변이를 찾으면 새로운 약물 표적을 발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멕시코에서 현재 흡연 중인 성인 3만7897명의 엑솜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엑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영역이다. 연구팀은 엑솜 전체를 대상으로 하루 흡연량과 관련된 희귀 유전 변이를 탐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CHRNB3 유전자의 284번째 아미노산이 글루탐산에서 글리신으로 바뀌는 변이가 하루 흡연량 감소와 유의미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이를 부모 한쪽에서 물려받은 사람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4.6개비로 변이가 없는 사람보다 21% 적었다. 부모 양쪽에서 모두 물려받은 4명은 평균 1.25개비로 78%나 적었다.
연구팀은 다른 인종에서도 같은 유전자 변이가 흡연량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변이는 멕시코 원주민 혈통에서 약 1.4%의 빈도로 나타났지만 유럽이나 동아시아 혈통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일본 바이오뱅크 자료에서 동아시아인에게 흔한 CHRNB3의 또 다른 기능 상실 변이가 흡연량 감소와 유의미하게 연관됐다. 영국 바이오뱅크에서도 유럽계 참가자의 CHRNB3 희귀 변이가 흡연량 감소와 관련 있었다. 세 대륙의 서로 다른 인종에서 같은 유전자의 변이가 일관되게 흡연량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발견은 새로운 금연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대표적 금연 치료 보조제인 바레니클린은 니코틴 수용체의 β2 소단위에 작용해 흡연 욕구 자체를 줄이는 약물이다. 같은 연구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β2 소단위 유전자인 ‘CHRNB2’ 변이 보유자는 흡연을 시작할 가능성이 25% 낮았지만 일단 흡연자가 된 뒤의 흡연량에는 차이가 없었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CHRNB3 변이 보유자는 흡연 시작 여부에는 영향이 없었고 흡연량만 적었다. 두 유전자가 니코틴 중독의 서로 다른 단계에 관여하는 셈이다. β3 소단위를 겨냥한 약물을 개발하면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경로로 흡연량을 줄이는 보완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라자고팔 연구원은 “기존 금연 치료제는 흡연 욕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β3를 겨냥하면 이미 흡연 중인 사람의 흡연량을 직접 낮출 수 있어 기존 약물과 병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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