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제 북극곰의 날’
작년 북극곰 국제기구 관찰 연구… 기후위기로 젖 먹는 시기 짧아져
덜 큰 채로 세상 나와 생존 불리
포획된 성체 770마리 분석하니… 순록 등 ‘육상 먹이’ 섭취 늘어
2000년 이후 신체상태지수 개선
더워지면 잠깐은 먹이 활동 쉬워… 길게 보면 서식지 파괴 등 ‘위협’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유빙 위에 있는 암컷 북극곰과 새끼. 어미와 새끼 모두 봄철 북쪽 유빙에 제때 도달해 살이 오르고 건강해 보인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눈 덮인 북극의 굴 속, 어미 북극곰이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태어날 때 약 500g에 불과하던 새끼는 석 달 만에 10kg 정도로 성장하지만 굴 밖을 나서는 봄이 되면 절반 이상은 살아남지 못한다.’
2월 27일 국제 북극곰의 날을 맞아 ‘북극곰 국제기구(PBI·Polar Bears International)’가 ‘엄마와 새끼 곰 보호’를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PBI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북극곰 동면 정보를 공유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올리는 식으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갓 태어난 새끼 북극곰은 겨울 내내 어미와 굴에서 지내다 2월 말에서 3월 초 세상 밖으로 나온다. 어미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고 3∼4개월간 젖을 먹인다. 지방 함량이 약 30%에 달하는 어미 젖 덕분에 봄이 되면 새끼는 태어났을 때보다 최대 20배 무거워진다. 굴에서 지내는 시기는 북극곰 일생에서 가장 취약한 때로 해빙(海氷) 감소가 심한 지역에서는 새끼 생존율이 더욱 낮다.
지난해 국제 북극곰의 날 PBI와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야생동물보호연맹, 노르웨이극지연구소, 캐나다 스카버러 토론토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야생동물 관리 저널’에 주목할 만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설치한 원격 카메라로 약 10년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북극곰 새끼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처음으로 자세히 공개한 것이다.
연구 결과 스발바르 북극곰 가족은 3월 9일경 굴에서 나왔다. 과거 기록보다 이른 시기로, 굴을 일찍 떠나면 새끼가 바다 얼음으로 나가기 전 발달할 시간이 부족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굴을 완전히 떠나기까지는 평균 12일간 근처에 머물렀으며 개체마다 행동도 제각각이었다. 새끼는 어미에게 크게 의존했으며 혼자 굴 밖에 있는 경우는 전체 관찰 시간의 5%에 불과했다. 루이즈 아처 스카버러 토론토대 박사후 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북극곰 어미의 번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북극에서 인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어려움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2030년대에 캐나다 북부 허드슨만 일부 지역에서 북극곰이 멸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약 1700마리의 북극곰이 사는 허드슨만은 세계에서 북극곰이 가장 많은 서식지다.
줄리엔 스트로브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팀은 허드슨만 평균 기온이 2.1도 이상 오르면 북극곰의 단식 기간이 생존 한계인 183일을 넘겨 번식과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30년간 기온이 1도 이상 오르면서 해빙 없는 기간은 이미 120일에서 150일로 늘었다. 연구 결과는 2024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환경’에 실렸다.
이와 달리 스발바르 북극곰이 오히려 건강해졌다는 연구도 있다. 올해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따르면 바렌츠해 해빙 감소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름에도 스발바르 북극곰은 1990년대보다 살찌고 건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5∼2019년 포획된 성체 770마리의 ‘신체 상태 지수(BCI)’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BCI는 증가 추세로 돌아섰으며 온난화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예측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BCI는 체중(체질량)과 체형, 길이 같은 크기를 지표로 해 동물의 체지방이나 체력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로, 종·개체군의 생존 및 번식 성과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진은 해빙이 줄면서 순록, 바다코끼리 같은 육상 먹이를 더 많이 먹게 된 것과 1970년대 이후 사냥 금지로 먹잇감이 늘어난 것을 배경으로 꼽았다.
연구팀의 존 화이트먼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교수는 “해빙 손실이 북극곰에게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장기적 결과는 여전히 암울하다”며 “모든 북극곰에게 해빙은 필수고 기후 변화는 여전히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북극곰 서식지가 줄면서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북극곰도 늘고 있다. PBI는 이런 충돌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 ‘베어-더(Bear-dar)’를 지난해 11월 실전 배치했다. 시트로넬라 등 향기를 이용한 비살상 방어 수단 연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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