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은 쇄신하고 與野는 정치 복원하라

  • 입력 2008년 6월 10일 23시 26분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이 어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출범한 지 107일 만으로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 수석 이상 참모들까지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국정공백이 우려된다. 인선과 검증 등을 거쳐 새 사람으로 내각과 청와대를 전면 재출범시키려면 한두 달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새 각료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할 국회는 1주일째 개원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이자 정치의 위기, 나라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인적 쇄신, 국정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인사 실패’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력과 도덕성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인물 대신 진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더는 실패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귀를 열어야 한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마음의 문을 다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수진영 전체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중도·진보진영 쪽으로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일부 섣부른 정책 구상도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아무리 좋은 목표라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절차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국민과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은 인적 쇄신과 함께 내각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인사, 국정시스템, 정책 등 모든 것을 제대로 고치고 준비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100여 일간에 보인 것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한나라당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지금의 사태에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자숙하며 쇄신방안을 찾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자기편끼리 ‘총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총체적인 불신을 키울 뿐이다. 친박 인사들의 복당으로 의석수가 아무리 더 늘어나더라도 야당을 설득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촛불’이 대의(代議)정치를 전면적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 통합민주당이 정부를 압박한다고 장외로 뛰쳐나가 촛불시위에 가세한 것은 공당(公黨)으로서의 자기부정이다. 정치권이 제자리를 지키고, 제 할 일을 다 했더라면 사태가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선진당이 지금이라도 국회 복귀를 선언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당장 국회로 돌아가 정치 복원에 협조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