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이야기]잘하는 한두분야 상품으로 승부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운용사 선택 뷔페보다 전문점을

가족 모임 등을 할 때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즐기기 위해 뷔페를 찾는 일이 많다. 하지만 과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한두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먹길 원하는 사람은 전문 식당을 찾는다.

펀드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식형펀드뿐 아니라 해외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부동산펀드, 파생상품펀드 등 온갖 상품을 취급하는 뷔페형 자산운용사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잘하는 분야의 펀드를 운용하는 데 집중하는 회사도 있다.

선진국의 자산운용사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주로 쓴다.

수익률 경쟁이 워낙 치열한 상황에서 비(非)전문 분야 펀드는 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분야의 상품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백화점이나 뷔페식으로 수많은 종류의 상품을 내놓는 자산운용사가 많다. 상당수 국내 자산운용회사는 운용 전문인력의 수가 많지 않고, 전문성이나 경험도 부족하다. 그런데도 수많은 상품을 내놓으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대형업체들은 적게는 300개, 많게는 700개 정도의 펀드를 운용한다. 문제는 펀드의 수보다 종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해외 주식형펀드, 부동산펀드, 실물자산펀드 등 성격이 상이한 펀드들이 한 회사 안에 존재한다.

국내 전체 자산운용업계 차원에서 보면 900여 명밖에 안 되는 펀드매니저들이 1만 개가 넘는 펀드를 운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이질적인 펀드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은 수탁액 때문이다. 그때그때 인기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진다.

그래서 중국펀드, 인도펀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펀드 같은 해외 주식형펀드가 유행하면 무리해서라도 상품을 내놓는다. 부동산펀드, 선박펀드, 파생상품펀드같이 전혀 다른 분야의 상품마저 제대로 된 운용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내놓고 있다.

잘하는 한두 개 분야의 상품만 만들어 전문성을 발휘하는 자산운용사는 매우 적다.

뷔페보다는 전문식당의 음식이 맛깔스럽듯이 전문적인 분야에서만 활동하는 자산운용사를 선택해 투자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펀드를 고를 때는 자산운용사의 상품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를 따져보자. 상이한 스타일의 펀드를 너무 많이 갖고 있는 회사보다는 한두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 발휘하는 자산운용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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