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汎與무조건 통합은 정치 10년 후퇴시키는 죄악”

  • 입력 2007년 7월 12일 2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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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박상천 공동대표는 그제 의원 워크숍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일각의 ‘범여 무조건 대통합’ 주장에 대해 “대선용 임시정당을 급조하라는 얘기냐, 당명(黨名)을 ‘반(反)한나라당’으로 지으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선과 정책에 따라 당을 만들어야지, 오직 반한나라당의 깃발 아래 이질(異質) 세력들을 마구 끌어 모으면 결국 ‘시한부 포말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실은 DJ를 향한 호소였다. 그는 어제도 본보 기자에게 “특정 정당(한나라당) 반대가 어떻게 창당의 명분이 될 수 있는가. 그건 한국 정치를 10년 후퇴시키는 죄악”이라고 했다. 평생 DJ 밑에서 정치를 했고,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던 그로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정책이 우선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그야말로 상식이다.

범여권은 지금 ‘반한나라 단일대오만 이룰 수 있다면’ 독약이라도 삼킬 태세다. DJ는 그런 범여권을 향해 ‘바닷모래를 써도 좋으니 우선 건물부터 올리라’는 식으로 ‘부실공사’를 독촉하고 있다. DJ는 그제 대구일보 창간 54주년 기념 인터뷰에서도, 어제 동교동을 방문한 천정배 의원에게도 “시간이 없다”며 거듭 채근했다. 거부하면 곤란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보스 정치의 한심한 부활이다.

DJ의 훈수가 요구-종용-경고로 수위를 높여 가자 그가 1995년 당시 이기택 민주당 총재만 남겨 두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것처럼 박 대표만 빼고 대통합을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해도 DJ는 1987년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민우 당시 신민당 총재를 버렸다. 박 대표도 계속 버티다간 이런 꼴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대선 승리가 아무리 절실해도 원칙과 명분을 고민하는 박 대표, 평소에 ‘곧은 소리’를 마다 않는 조순형 의원 같은 정치인이 좀 더 있어야 국민도 정치판을 쳐다보며 살맛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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