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도 미국 소도시로 유학 가고 싶다”

  • 입력 2006년 12월 4일 22시 59분


이름도 생소한 미국 소도시에도 한국의 초중고교생 유학생들이 몰린다고 한다. 교육환경이 대도시 못지않은 데다 사교육비도 안 들고 물가도 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두 아이의 과외비만 월 100만 원 이상 썼다는 주부 이은경 씨가 아이들과 함께 조지아 주 애선스라는 곳으로 옮긴 후 생활비가 덜 든다며 만족스러워했다는 얘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기러기 가족’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생활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나 역시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 씨는 기독교 계통 사립학교를 ‘선택’해 큰아이를 7학년(한국의 중학교 1학년)에 진학시켰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선택권을 가질 수 없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시도 교육감이 갖고 있는 국제중학교와 특수목적고 설립 인가권마저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회수’한다.

위헌 소지가 드러난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집단경영체제 성격의 ‘개방형 이사제’를 그대로 두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주고 학교 간, 교사 간 평가 및 경쟁을 통해 교육경쟁력을 높이는데 우리만 평등주의적 교육관에 사로잡혀 하향 평둔화(平鈍化)로 치달린다.

교육의 해외 탈출이 2000년 4400명에서 4년 만에 4배가량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5월 기획예산처의 학부모 심층면접 결과 초등학생은 영어, 중고교생은 국내 교육에 대한 불만이 조기유학의 이유라고 한다. 잘못된 교육제도 탓에 지난해 교육수지 적자가 약 3조1500억 원이었다. 나라 전체가 벌어들인 경상수지 흑자액의 20%를 해외 학교에 쏟아 부은 셈이다.

돈과 사람이 빠져나가는 나라에 얼마나 희망이 있겠는가. 미국 뉴스위크지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시장가격부터 교육시스템까지 일일이 간섭하기 때문에 서비스업 생산성이 제조업의 절반”이라며 한국이 아시아모델을 거꾸로 뒤집었다고 꼬집었다. 경쟁력 없는 국내 교육만 받은 아이들이 실업과 빈곤의 대물림으로 허덕이기 전에 정부는 시대착오적 코드 교육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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