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김상민]‘살아있는 비너스’ 한국서도 나오려면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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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도서관으로 가는 횟수가 평소보다 잦아졌다. 요즘처럼 몸이 피곤할 때는 도서관 입구에서 계단 옆 휠체어용 경사로를 이용한다. 계단보다 편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3층으로 올라갈 때는 가끔 엘리베이터를 탄다. 평소 같으면 걸어 올라가지만 몸이 무거우면 발길이 그쪽으로 향한다. 공부를 하다 머리와 마음이 답답할 때는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슬쩍 장애인 칸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비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칸보다 넓고 쾌적하기 때문이다. 거울과 세면대도 있다.

문득 ‘모든 시설을 장애인 기준으로 맞추면 비장애인들의 생활수준 또한 개선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좋지 않던 날 내가 이용하고 싶었고, 사용해 보니 편리했던 시설은 대부분 장애인을 위한 것들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들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56.5점이었다. 대학 성적으로 말하면 낙제점이다. 낙제를 면하기 위해서 대학은 먼저 장애인 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을 기준으로 하는 시설이 늘어나고 그 기준이 비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되면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전체 학생복지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일반적인 기준이 되면 결국 비장애인도 더욱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대학은 단순한 장애인 이용시설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라는 특수목적을 위해 설립된 기관인 만큼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하기 편리한 시설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 학습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될 때 장애인들도 능력과 기회를 갖춰 취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자립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 방한한 ‘살아 있는 비너스’ 앨리스 래퍼는 우리에게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활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넘기 힘든 벽을 먼저 세우고 ‘2% 의무고용’이란 허울 좋은 정책만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상민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4년·본보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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