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규한]日대학 교육 질 높여 살길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3분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대학 격동’이란 연재기사에 의하면 대학 수험생 감소로 일본의 22개 사학법인이 경영난을 맞고 있으며 전국 659개 학교법인이 30개 학교법인에 1개 법인꼴로 ‘옐로카드’를 받고 있다고 한다.

2004년 일본의 18세 인구는 약 142만 명인데 2007년 말에는 12만 명이 감소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일본의 사립대는 앞으로 5년 내에 48개교가 문을 닫아 14개교 중 1개 꼴로 폐교될 정도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수험생 감소현상은 마치 고기가 없는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일본의 한 학교법인 관계자는 토로한다.

반면 지난해 4월 모두 법인화한 일본의 국립대들은 대변혁의 길에 들어섰다. 1990년 일본 문부성 주도로 일본의 주요 대학들이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변화된 이래 많은 대학은 전문대학원 설치, 연구능력 강화, 해외대학과의 교류확대, 대학헌장 제정 등을 통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대학 12위인 도쿄(東京)대의 경우 법인화 이후 중요한 개혁과제로 지식의 구조화, 신영역 창성(創成) 프로젝트 추진 등 교육내용의 풍부화와 더불어 법과대학원 설립, COE(Center of Excellence) 연구사업 추진, 국내외 타 연구기관 및 산학 협동연구체제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역점사업의 하나인 COE 프로그램은 일본 문부성이 각 대학의 우수 연구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구거점들을 구축해 연구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일본판 두뇌한국(BK)21 사업인 셈이다.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도쿄대 총장은 법인화된 국립대도 대학 스스로 연구와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사고의 전환과 자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첨단 연구실과 최고의 연구 성과로 승부하는 최고의 교육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교수-대학원생-학부학생 체제의 시스템 활용을 강화함으로써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

회사의 인턴십 제도와 비슷하게 타 대학 3학년 수료 학생을 추천받아 4학년 1년간 졸업논문 연구를 지도한 후 대학원 석사과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다양한 우수 인재를 조기에 선발해 대학원 연구의 활성화 내지 심화연구로 유도하려는 취지다.

학생과 교수의 연구활동이 24시간 풀타임으로 이뤄지는 것에 맞춰 대학 캠퍼스 내에 24시간 편의점이 영업하는 것은 일본의 대학 캠퍼스 문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밤을 밝히고 있는 대학 캠퍼스 실험연구실의 불빛과 실험기기의 기계음은 마치 거대한 생산 공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여기서 생산된 놀라운 연구 성과가 곧바로 사회로 환원되고 있다.

일본 대학이 추구하는 모습은 국가 축의 중심으로 사회 움직임에 영합하지 않고, 학문의 자유와 자치(自治)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양자택일적인 사고가 아니라 양자를 조화해 나가는 상호협동 정신이 살아 있는 학교다.



한편 진학 예정 학생 감소에 따라 많은 사학법인들은 학교 통폐합, 특성화 대학으로의 변신, 해외 유학생 유치, 입시학원으로 전환 등 자구책 마련에 진력하고 있다. 지금 일본의 대학들은 소리 없이 역동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대변혁의 길을 밟고 있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도쿄대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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