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姜철규 위원장 통장 속의 세금 7720만원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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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년간 특정업무경비 7720만 원을 쓰고도 증빙 처리를 하지 않아 불법지출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강 위원장이 정보수집 활동비로 쓴 것이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은밀한 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출 명세에 대해 함구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에 따르면 강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처장은 특정업무경비로 총 1284만 원을 배정받고도 실제는 그 9배를 썼다. 공정위 특정업무경비의 49.2%인 1억1600만 원을 이들 3명이 썼다. 각국(局) 직원들에게 배정된 정보수집 경비의 일부도 강 위원장의 경비집행용 개인 통장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유 의원이 “비공식 판공비가 아니냐”고 추궁하자 강 위원장은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의혹을 풀지는 못했다.

특정업무경비는 소액으로 매달 정액 지급되면 정산하지 않아도 되고 증빙서류 첨부가 어려울 경우 감독자가 지출 명세를 확인·관리하며, 나머지 경우는 정산해야 한다는 것이 기획예산처 지침이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만 6, 16, 21, 24일 네 차례에 걸쳐 총 950만 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썼다. 정당한 업무로 부끄러울 게 없다면 스스로 증빙을 해야 마땅하다.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막강한 조사 및 처분권을 갖고 있는 ‘경제 검찰’이다. 실제로 다른 권력기관보다도 권위주의적 태도로 민간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런 공정위의 수장인 강 위원장이 경비 불법 지출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공정위 창립 이후의 관행”이라며 꽁무니를 뺐다. 취임 이래 경제계를 향해 “시장참여자의 의식과 관행을 개혁하겠다”고 외쳐 온 ‘개혁 전도사’가 자신의 편법적 경비 지출에 대해서는 ‘관행’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기업과 자신에 대한 이중잣대’ 적용이다.

‘경제 검찰’을 이끌며 민간기업에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해 온 강 위원장은 이 의혹을 작게 보아선 안 된다. 그로 인해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이 또 한 차례 심판대에 올려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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