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권력보좌’ 기능을 끊어라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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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임동원 신건 씨의 구속과 이수일 전 차장의 자살사건 등으로 국정원 개혁 논의가 가속도(加速度)를 얻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개혁의 핵심은 국정원이 ‘정권 안보’와 ‘권력 보좌’ 기능을 털어 내고 ‘국민과 국가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關與)금지’는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설립되고, 국가안전기획부로 개편되던 시절에도 법에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도 그 법을 지키기는커녕 정치 관여라는 ‘범법(犯法)’을 일상사로 여겨 왔으며 심지어 정치인 기자 도청 같은 범죄 행위까지 조직적으로 자행해 온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왜 ‘정치 관여 금지’가 사문화(死文化)되고 마는가. 그것은 집권자인 대통령과 정보기관장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업무 보좌’와 ‘권력 보좌’ 기능을 혼동해 정보기관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 보좌’를 위해 정보기관의 인사(人事)를 제도적으로 하지 않고 정권 실세의 입맛에 따라 행사한다. 여기에 국정원의 구조적인 악순환과 모순이 있다. 요컨대 비(非)정치화, 탈(脫)권력화가 개혁의 관건인 것이다.

정보기관이 정권의 사유물(私有物)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정원장, 차장의 정보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보마인드가 결여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하면 국정원의 규모와 성격상 제대로 된 수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실세에 휘둘릴 소지가 더 커진다. 원장 차장에 대해 국회 청문회만이 아니라 국회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기관의 통폐합과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각국은 테러 마약 같은 국제 범죄에 대응하고 경제 국익 정보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리의 경우 대북전략 수립과 분단구조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보기관의 개혁을 통한 역량 강화가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의 과감하고 성공적인 개혁 개편에 우리의 미래 국가 역량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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