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辛건·林동원 씨의 ‘도청과 은폐’ 이중 범죄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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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에서 차례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임동원 씨와 신건 씨가 국정원의 불법 감청(도청)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도 “나는 몰랐다”며 거듭 거짓말을 하고, 옛 부하들에게 거짓 진술까지 종용하는 ‘이중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도청 범죄의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고도 모자라 적극적으로 은폐공작을 한 것은 도청 못지않은 중대 범죄다.

국정원 도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은성 전 차장은 어제 열린 첫 공판에서 신 씨의 은폐 시도를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두 달 전 신 씨는 도청 당시의 국정원 간부들을 한자리에 불러 “왜 (도청 사실을) 시인했느냐. 다음 번 조사 때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진술할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주문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김 전 차장이 휴대전화 감청장비(CAS)를 개발했다고 보고하자 “운영지침을 만들라”며 사실상 도청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에 도청 대상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데도 관여했다고 한다. 어제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신 씨는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그는 2002년 10월 본보가 국정원 도청 실태를 보도하자 “도청을 했다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도청의) 근거가 없다면 도청을 주장한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위협하고 제소까지 했다. 올해 8월 국정원이 ‘DJ 정부 때도 도청이 있었다’고 발표한 후에도 그는 “도청은 없었다”고 거듭 잡아뗐다.

검찰은 신 씨가 재임 중의 ‘공적’으로 내세웠던 감청장비 폐기도 자발적인 행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따른 감청장비 신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철회사 용광로에 넣어 폐기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도청 증거 인멸 행위였던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DJ 측과 여권이 “부당한 영장청구를 취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DJ가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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