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千정배 장관 ‘검찰 지휘 파동’ 책임져야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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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지휘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타당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 검찰 총수로서 책임을 지고 ‘순사(殉死)’의 길을 택했다. 김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 같다.

사상 초유의 지휘권 발동에 직면한 김 총장의 고뇌는 컸을 것이다. 선배 총장들은 그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수호하라고 조언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표 제출과는 별개로, 김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함으로써 ‘정치인 장관’이 특정 사건의 인신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나쁜 선례가 남게 됐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치욕을 당했다. 일선 검사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이 모든 사태는 ‘정치인 장관’이 청와대와 여권의 요구를 무리하게 대행(代行)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지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인신 구속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경찰 검찰이나 법무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다.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와 인권에 대한 고려도 최종적으로 사법부 몫이다.

구속의견서에 따르면 강 교수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반제민족민주전선 및 한총련의 행동지침과 일맥상통하는 활동을 일삼았다. 여권은 그의 시대착오적인 이적성(利敵性)을 외면하고 불구속을 관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빗장을 푼 잘못을 저질렀다. 김 총장이 장관 지휘를 수용하며 당부한 대로 검찰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경계선을 넘어선 강 교수 혐의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검찰을 유례없이 흔들어 놓은 천 장관이 과연 법무부 장관의 소임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이 만든 사태에 어떻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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