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년째 “시정하겠습니다”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코멘트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도공의 ‘전관예우’ 관행을 집중 추궁했다. 도공 퇴직자로 구성된 업체에 고속도로 휴게소 11곳과 주유소 9곳에 대한 운영권을 주는 등 특혜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학래 도공 사장은 “노조와 태스크포스팀을 마련해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변했다.

도공의 퇴직자에 대한 특혜 문제는 이미 2001년 국감 때 거론됐던 사안이다. 이후 매년 국감에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도공 측은 ‘재검토’ ‘운영권 반납’ ‘앞으로 개선’ ‘시정’ 등의 답변을 하고 넘어갔다. 5년째 “시정하겠습니다”를 연창(連唱)해 온 셈이다.

도공뿐이 아니다. 이번 국감에서 여러 공기업과 정부 부처의 제 식구 챙기기가 도마에 올랐다. 대한주택공사는 2003년 이후 3년 동안 외주 설계용역 92건 중 47건을 건교부와 주공 출신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에 발주(發注)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명예퇴직한 직원 44명 중 35명을 채권추심관리역으로 재(再)채용했다. 2000년 이후 문화관광부에서 명예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31명 중 26명은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산하 단체 임원으로, 금융감독원 국장급 이하 퇴직자 중 24명은 유관 금융업체 임원으로 갔다. 국감에서 수년째 지적돼 온 퇴직자 챙기기가 거듭된 시정 약속과는 달리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감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처의 잇속 챙기기 사례는 세금 낸 국민을 분노케 한다. 몇 년째 국감에서 지적받은 사항인데도 되풀이되고 있으니 국회 무시요, 국민 경시(輕視)다.

의원들이 제대로 해야 한다. 치밀한 준비 없이 호통만 쳐서는 안 된다. 국감 현장에서 피감기관이 두루뭉수리로 넘어가지 않도록 구체적 답변을 받고, 약속이 지켜지는지 철저하게 사후 점검을 해야 한다. 연중 수시로 열리는 상임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감기관은 국감장에서 한 약속은 곧 국민에 대한 약속임을 명심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