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용훈 차기 대법원장 어깨 무겁다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12분


코멘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투표를 무난히 통과해 제14대 대법원장으로 확정됐다. 그는 이전 정부 때부터 대법원장 물망에 올랐고 사법부 수장(首長) 자리에 대비해 주변 관리도 해 왔기 때문에 국회 인준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달 24일 임기가 시작되는 이 차기 대법원장은 6년 임기 중 2년 5개월은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과, 그리고 3년 7개월은 후임 정권과 함께하게 된다. 대법원장의 임기를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으로 보장하는 데는 ‘임명권자로부터 독립된 사법권을 지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 차기 대법원장이 무엇보다도 정치권력에 초연한 자세로 사법권 독립을 수호한 사법부 수장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그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사법개혁안이 국회에서 법률로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사법제도 개혁을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양형(量刑) 기준을 제정하는 등의 사법제도 개선은 사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법조인의, 법조인에 의한, 법조인을 위한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공정하고 평등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차기 대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말한 것처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법관의 윤리를 바로 세우고, 전관(前官) 예우 같은 구습을 털어 냄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법 불신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에 대한 제청권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지명권을 갖고 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 국가인권위원, 국가청렴위원, 친일진상규명위원, 과거사정리위원을 3명씩 추천하는 권한도 부여받고 있다. 이는 대법원장의 중요한 권한이자 무거운 책무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그리고 법치(法治)라는 헌법적 가치를 뒤흔들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차기 대법원장은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건전한 균형감각을 갖춘 사람들을 제청, 지명, 추천함으로써 국기(國基)를 튼튼히 다지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용훈 차기 대법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