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환자 줄기세포 첫 추출]黃교수 “인터뷰공세에 잠못자”

  • 입력 2005년 5월 20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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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를 비롯해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 주요 언론과 30여 건의 인터뷰를 했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어요. BBC는 이미 한국의 실험실을 다녀가기도 했죠.”

황우석(黃禹錫) 교수의 목소리는 인터뷰 공세 때문인지 많이 잠겨 있었다.

본보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확인한 16일부터 19일까지 여러 차례 국제전화로 황 교수와 통화를 했다. 황 교수는 미국과 영국을 방문하기 위해 14일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다음은 황 교수와 통화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연구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마디로 비교가 안 된다. 사실 지난해 발표 후 성(性)이나 연령과 무관하게, 그리고 환자에게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팀은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번에 멋지게 증명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기술을 하나 꼽는다면….

“난자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성공률을 10배 이상 높였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난자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난자를 제공한 여성에게 호르몬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얘기를 한 미국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에게 자료를 보여주고 설명하자 ‘자신의 말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

“지난해보다 우리 팀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계속 인터뷰 전화가 와서 잠을 못 잘 정도다. 문만 나서면 외국 기자들이 몰려왔다.”

한편 황 교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배경에는 가족과도 같은 연구팀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황우석 사단’이다.

1999년 복제소 영롱이가 태어날 당시 15명에 불과하던 수의대 생물공학연구실의 인원은 지난해 45명, 올해는 60여 명으로 늘어났다. 대학 연구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구실 전체인원 중 약 20명이 줄기세포 연구팀이다. 황 교수의 또 하나의 야심작인 ‘장기이식용 무균 돼지’ 연구에 15명, 최근 일본에 건너간 ‘광우병 내성 복제소’에는 10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그 밖의 인원은 유전자를 분석하거나 목장에서 동물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한양대 의대, 미즈메디병원, 하나병원 등의 외부 지원인력까지 감안하면 황우석 사단은 100여 명에 달한다.

황 교수의 오른팔은 이병천(李柄千·41) 교수. 1989년 황 교수팀에 합류한 이 교수는 영롱이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 교수의 왼팔은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녹아웃(Knockout)’ 기법의 권위자인 강성근(姜成根·36) 교수. 2003년 광우병 내성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 돼지를 생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 영국 등 5개국 10여 개 연구팀으로부터 공동 연구제의가 들어오면서 황우석 사단은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 연구실에는 지난해부터 황 교수팀 연구원이 파견돼 원숭이 복제 실험을 돕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공동으로 줄기세포의 특성을 규명하고 있고, 영국 로슬린연구소와는 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선정기관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와도 연구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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