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최진규]우리말 다듬기 운동 언론이 앞장서야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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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신문에 실린 주요 기사나 정보를 수집(스크랩)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이나 구술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입시를 준비 중인 제자들에게 신문에 실린 내용만큼 유용한 자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을 읽다보면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는 어휘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어휘는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된 말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뜻을 알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신문지상에서 자주 접하는 경제 용어 가운데 ‘배드뱅크’, ‘방카쉬랑스’, ‘모기지론’, ‘정크본드’, ‘블랙마켓’, ‘아웃소싱’ 등과 같은 어휘는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 국가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을 지칭하는 어휘가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적절하게 우리말로 다듬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언어의 1차적 기능이 의사소통에 있다면 특정 집단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언어 사용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다소 어색하더라도 ‘신용 회복 은행’, ‘은행 연계 보험’, ‘장기 주택 금융’, ‘고수익 채권’, ‘암시장’, ‘외부 조달’과 같은 말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에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지식 정보화 사회로 나아갈수록 언론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말은 정보통신 산업의 급속한 발달에 따른 통신 용어의 범람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국어 경시 풍조에 편승한 국적 불명의 외래어와 외국어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상처투성이로 전락하는 등 총체적인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노력하고 국민이 호응하면 우리말 살려 쓰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말로 다듬어 널리 쓰이는 말로는 ‘갓길(노견)’, ‘나들목(인터체인지)’, ‘댓글(리플)’, ‘손톱깎이(쓰메키리)’, ‘동아리(서클)’, ‘휴대전화(핸드폰)’, ‘봉급생활자(샐러리맨)’, ‘민소매(나시)’ 등이 있다. 이처럼 외부에서 유입된 말도 사용자의 의식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다운 우리말로 순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동아일보가 국립국어원, 케이티문화재단 등과 함께 우리말 다듬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누리그물(인터넷)의 누리집(홈페이지)에 순화할 용어를 제안하고 누리꾼(네티즌)들의 참여와 투표로 당선작을 결정함으로써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참살이(웰빙)’, ‘멋울림(컬러링)’, ‘안전문(스크린 도어)’, ‘붙임쪽지(포스트잇)’, ‘길도우미(내비게이션)’, ‘여유식(슬로푸드)’, ‘자동길(무빙 워크)’, ‘다걸기(올인)’ 등 당선된 용어들을 지면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일반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에 맞서 온몸으로 모국어를 지켜냈다. 주시경 선생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나라의 근본을 세워야 하고 나라의 근본을 세우는 일은 자기의 말과 글을 소중히 여겨 씀에 있다”고 했다. 소중한 우리말을 살려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언론이 사명의식을 갖고 앞장설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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