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창우/검찰개혁, 모양새가 중요한가

  • 입력 2004년 8월 22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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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검찰에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생소한 ‘위원회’가 하나 설치됐다. 공안문제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외부인사로 구성한 ‘공안자문위원회’가 그것이다. 검찰은 이제 국가안보 노동 학원 등 공안문제도 외부에 자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검찰 내부의 비리적발과 징계가 ‘제 식구 감싸기 식’이었다는 그동안의 비판을 수용해 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참여해 검찰 내부의 비리를 다루는 ‘감찰위원회’를 구성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반말 욕설 등 인격 모욕 행위를 청산하고 자백 위주의 수사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인권존중을 위한 수사제도·관행 개선위원회’도 6월 발족했다.

▼위원회설치등 형식에 집착 인상▼

검찰이 전례 없이 이러한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외부인사의 조언이나 검증을 받겠다는 움직임을 두고 새로운 검찰의 변화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검찰 역시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개혁 경쟁’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눈초리를 던지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과거 권위주의시대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길이 마련됨으로써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도록 길들여졌고, 그 당연한 결과로 검찰은 권력형 사건의 수사에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연유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은 우선적인 개혁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송광수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한 뒤 검찰이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사건에서 여당 대표를 소환하자 여당은 ‘파쇼 검찰’이라고 성토했고, 상위 권력자도 막강한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며 검찰을 흔들었다. 최근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검찰은 정치적 예속을 의심받지 않을 정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대선자금 수사가 끝나자 다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의 신설과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가 추진되고, 검찰의 양대 산맥인 공안부와 특수부 축소가 시도되고 있다. 막강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다 법원은 피의자의 자백보다 법정 진술에 더욱 증거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함으로써 검찰은 기존의 수사관행을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점에서 현재 검찰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검찰 스스로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모색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작년 5월 검찰은 시민단체와 법학교수, 변호사 등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개혁자문위원회’를 설치해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제와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면담제도를 도입하고, 벌과금 예납제를 폐지했으며 검찰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견제로 시민참여를 통한 ‘항고심사회’를 도입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 왔다.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최근 발족한 공안자문위원회, 감찰위원회, 수사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등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된다. 검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산물이라고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여전히 수사 편의에 안주하거나, 위원회에 참여한 외부인사의 자문을 의례적 형식적 절차로만 생각한다면 이런 다양한 위원회들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다.

▼권위탈피 ‘인권존중’의지가 중요▼

각종 위원회로 상징되는 검찰의 변화 노력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외부의 작은 소리 하나라도 귀담아 들어 검찰이 지금까지의 권위 의식에서 벗어나며 이와 동시에 잘못된 수사관행을 떨치고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검찰은 최근의 여러 변화가 권력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소극적 모양새 갖추기’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앞으로 검찰이 어떤 내용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줄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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