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극기지에 애도와 격려를

동아일보 입력 2003-12-09 18:51수정 2009-10-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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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불가항력적인 악천후가 무심하게도 젊은 과학도의 생명과 꿈을 함께 앗아가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 편안함을 미뤄 두고 자신과 국가를 위해 극한의 땅으로 달려간 전재규 연구원을 잃은 것은 큰 손실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7명의 세종기지 대원들이 구조됐다는 소식에 그나마 안도하게 된다.

1988년 남극에 세종기지가 개설된 이후 처음으로 큰 사고를 당한 대원들은 실의와 허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남극에 한국 과학의 미래를 심는 국가적 과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조난한 동료를 구하러 나갔다가 숨진 전 연구원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남극 연구를 지원했던 순수한 청년이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희생됐으나 그의 도전정신은 반드시 계승되어 더욱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인 남극은 세계 28개국이 82개의 기지를 두고 있는 첨단 과학의 경연장으로 연평균 기온이 영하 23도, 체감온도가 영하 40∼50도에 이르는 암흑과 혹한의 땅이다. 대원들은 극한의 자연 속에서 높은 위험을 감내하며 조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미래 자원을 확보한다는 사명감 아래 다른 나라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스로 좋아서 고독하고 힘든 길을 택한 이들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희망이다.

하지만 세종기지의 중요성과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의 이동 수단이 허술한 고무보트 하나였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늦었더라도 정부는 세종기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철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극 북극 등 극지 연구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은 세종기지 대원들의 활동상을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운다. 이공계의 위기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과학 지망생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탓이 크다. 우리 모두가 대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자부심을 부여하며 활동에 큰 관심을 갖는다면 이번의 불행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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