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의 분쟁이 있을 때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거리시위에 참가하는 일이 잦다. 알두라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이날 알두라가 아버지를 따라 시장에 갔던 것도 아들이 시위에 끼어들까 걱정한 어머니가 일부러 그렇게 하도록 한 거였다. 세상의 모든 분쟁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분쟁 당사자 양쪽의 논리를 균형감 있게 인식할 능력이 없다. 대개 자기 가족이 속한 편을 맹목적으로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어른들 싸움이 격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학교에 못 가게 되고, 보호 없이 방치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도 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도 시위현장에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등장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 전국을 들끓게 했던 여중생 사망 규탄시위가 그랬고, 최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부안 시위가 그랬다. 이런저런 촛불시위에는 어김없이 어린이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미군 철수’를 외치는 아이들이 그 말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혹자는 ‘아이들은 이런 일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운다’고 옹호하지만, 민주주의란 다양한 입장을 함께 계량해 타협을 이뤄내는 것이지 일방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다.
▷정부가 폭력성을 띤 시위나 집회에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강제로 동원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잘하는 일이다. 이로써 우리 아이들을 위험하거나 논란이 많은 시위에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 하지만 법이 얼마나 현실에 부합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합법, 불법의 구분에 애매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생각이다. 아이들을 시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제 있을 곳에 있어야 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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