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91…낙원으로(8)

  • 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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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배가 아니라 파도처럼 몸을 흔들었다. 낡은 하루는 접히고 새로운 하루가 펼쳐졌다. 태양은 그 첫 빛으로 두 여자의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둥그런 안경 낀 남자가 태양을 가로막아 여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고 말았다.

“선실에 없어서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자살이라도 한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자살을 왜 하는데요?”

“…아니 뭐…배에는 없으니까…그렇다면 자살이 아니겠나 하고….”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잠도 안 오고, 그래서 갑판에서 밤바람 쐬다 보니까 날이 밝았어요…몇시에 도착하나요?”

“저기 저기 항구가 보이지? 한 시간도 채 안 걸릴 거다.”

“갈매기가 마중 나왔어요! 강에도 갈매기가 있네요! 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뭐 좀 던져줬으면 좋겠는데, 아무 것도 없네요.”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배와 나란히 뛰듯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연기를 내뿜었다.

“난 우한까지만 같이 간다. 우한에서 공장까지는 군 트럭 타고 갈 거야.”

“군 트럭?”

“군화 공장이니까, 군에서 관할할 거 아니야.”

“…하긴 그렇네요…군화니까….”

선창을 걷는데 며칠이나 배를 탄 탓인지 땅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길호의 입항을 기다리던 노동자들이 창고로 들어와 어깨와 머리에 커다란 짐을 메고 이고 나온다. 모두들 탄 고구마처럼 칙칙한 얼굴과 목, 팔, 다리로 비라도 맞은 것처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부두에 먼지투성이의 누런 포장을 친 국방색 트럭이 세워져 있고 총검을 든 두 병사가 서 있었다. 국방색 군복인데 계급장은 달고 있지 않았다. 안경 낀 남자가 종이 쪼가리를 병사에게 건네자 병사는 “수고”라면서 종이를 접어 서류가방에 넣었다. 남자는 두 여자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큰길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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