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90…낙원으로(7)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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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처음 안아 주었을 때 그 손의 감촉과,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목소리의 여운이…몸 속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처럼 남아 있어예…쿠궁 쿠궁하고예…우째 잊겠습니까? 잊을 리가 없지예. 용학이한테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엄마고,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아버지니까네….”

“…그 사람, 아마 중국에 있을 테니까, 어쩌면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르지…하지만 중국은 조선의 스무 배나 되니까….”

“무한이라는 데, 어떤 곳일까예?”

“불안해?”

“…좀 불안하네예.”

“하기야, 맨 처음에 한 얘기하고는 많이 달라졌고…기분은 좀 어때?”

“덕분에 아주 좋아졌습니다…하지만도, 아래로 다시 내려가면 속이 울렁거리니까 내는 여기 있을랍니다. 선실로 내려가서 좀 쉬시지예.”

“나도 그냥 여기서 밤 지샐래…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잖아….”

“…잘 될 것 같습니까?”

“글쎄…그건 모르지…모든 게 별탈없이 순조롭다는 거, 있을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고…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바라는 건 아니잖아…아무쪼록 바라는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달라고 빈다 한들 욕심은 아니잖아…앗, 저기 봐! 해가 떠오르고 있어.”

처음에는 기름접시에서 하늘거리는 등불처럼 하얀 빛이 하늘과 물 사이에 선을 긋고, 압도적인 어둠에 포위되어 솟아오를 것처럼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서서히 빛으로 어둠을 녹이면서 시간을 벌어, 금빛 고리가 물 속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순간, 빛과 어둠의 형세가 역전되었다. 수면 위와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색채와 그림자를 되찾고, 몇 천, 몇 만, 몇 억의 빛이 수억 물고기들의 눈꺼풀 없는 눈을 간지럽혀 아침이 왔음을 알렸다. 1초마다 넓어지는 황금빛 길을 정찰하기 위해 첫 갈매기가 항구에서 날아와, 물 속에 있는 무언가를 부르듯 울었다. 끼륵 끼륵 끼륵 끼륵!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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