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백선기/정부가 언론 역할까지 하나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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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터넷 국정신문을 발행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 신문은 물론이고 일부 온라인 신문들도 그 저의를 의심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 역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측은 정부 내의 중요 정보를 국민에게 직접 알리고 일부 언론의 ‘적확하지 않은 기사’에 대해 반론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정보 공개 차원에서 알릴 권리와 의무가 정부에도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상은 적잖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 국정신문 발상 위험 ▼

첫째, ‘인터넷 신문’이라는 기호의 부적절성이다. 청와대가 운용하고 있는 ‘청와대 브리핑’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어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신문의 기사 스타일로 가공해 독자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의 홍보매체를 다소 가공해 가독성을 높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보의 제공과 함께 사회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신문’이라는 기호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둘째, 인터넷 국정신문의 비판적 기능에 대한 의문이다. 정부측은 이 신문의 주요 비판 대상이 기존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터넷 국정신문의 주요 비판적 기능을 일부 언론의 기사에 대한 문제 제기, 해명, 반론 청구 등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근간을 훼손시킬 것이며 주요 국가기구(state apparatus)들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근본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 행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면서 어느 한 기구가 비대해지거나 약화되는 것을 방지해 왔다. 특히 정부와 언론은 서로 비판하고 견제하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언론의 비판기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스스로 ‘언론적 역할과 기능’까지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활동에 대한 언론의 정상적 비판기능을 훼손시키고 언론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셋째, 인터넷 국정신문이 신문의 형태로 나온다면 누가 발행인이며 누가 기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 소유인가 아니면 큰 범주의 정부 소유인가, 국정홍보처가 편집국이며 각 부처의 공보담당자들이 기자인가? 언론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정부기관지나 정부대변지 또는 어용신문이라고 하던 신문들도 정부가 직접 신문사를 만들어 운용하기보다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언론사를 별개로 만들어 운용해 온 것이 전부였다. 그러한 신문들도 발행인, 편집국장 및 일반 기자를 전문인력으로 구성해 운용했던 것이다.

넷째, ‘정부와 국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의 허구성이다. 현 정부는 자신의 활동을 직접 국민에게 알리고 그에 대한 지지를 구하고자 한다. 거기엔 일부 언론이 자신의 활동을 잘못 전달하거나 왜곡하기 때문에 정부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따르면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우호적인 반응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더 심각한 오해와 왜곡을 낳기도 한다. 더욱이 일반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충분한 사전정보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해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언론들이 그것과 연계된 다양한 정보나 지식들을 제공해 이해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자신의 의도나 방향대로 정보가 읽혀지거나 이해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정상적 비판-견제 훼손 우려 ▼

요컨대 정부가 발행하려는 인터넷 국정신문은 기존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터넷 국정신문을 발행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일부 언론의 활동에 불만이 있다면 ‘해명 요구’ ‘반론 청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더 효과적인 언론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더 많은 국민에게 정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정부 각 부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선기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 baek99@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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