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사설]시위 자제, 당선자도 호소하는데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14분


한 달에 걸쳐 연일 계속되고 있는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는 이제 끝낼 때가 됐다.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이번 시위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에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해도 시위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만큼 이쯤에서 우리는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

시위 참여자들이 좀 더 냉정한 자세를 가져야만 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때문이다. 마침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엊그제 여중생 범대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촛불시위의 자제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노 당선자 역시 북한 핵문제가 심각한 국면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의 말처럼 국가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며 촛불시위가 미국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조체제에 균열을 부를 수 있다면 자제하는 것이 옳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그동안 광화문뿐 아니라 전국 100여곳, 해외 20여곳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시위가 확산되면서 외국 언론을 통해 우리의 의도가 왜곡돼 비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한미 우호관계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여전한데도 마치 국민 모두가 반미를 외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점에서 대다수 국민도 촛불시위를 차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중생 범대위는 31일 ‘100만 촛불 평화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번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범대위측은 이번 집회가 끝난 뒤에도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공개사과, ‘살인자’ 처벌,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면개정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요구라면 앞으로의 추이를 보아가며 해결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옳은 일이다. 촛불시위가 언젠가 막을 내려야 한다면 그 적절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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