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臟器 찾아 중국까지…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21분


“장기를 이식받아 살 수만 있다면 중국 아니라 어디엔들 못가겠습니까.”

만성 신장질환으로 고생하다 최근 중국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50대 환자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장기 이식수술을 받는 환자들을 너무 비난하지 마세요. 그들도 알고 보면 피해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들려준 중국 병원의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모기떼가 들끓고 여기저기 가래침이 널려 있었다. 귀국한 뒤에도 수술이 잘못돼 행여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굳이 중국행을 택해야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내에서 대기자로 등록하면 다음 세대에나 이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장기 이식을 알아보기 위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와 병원 등 문의해 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 신장을 준다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기관들은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 결국 그는 대기자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환자들에게도 중국행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중국으로 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들도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11월 말 현재 국내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68명이지만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승인받은 사람은 1487명에 불과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뇌사자가 생긴 병원에 장기이식수술 우선권을 주기로 해 다소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행 장기이식법이 뇌사자의 장기기증 절차를 너무 엄격히 제한하는 바람에 기증이 줄어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기이식관리센터 홈페이지에도 “장기기증을 하고 싶었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해 마음을 바꿨다”는 항의성 글이 자주 오른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행 장기기증 절차를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와 기증자 모두를 고려하는 정책은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당국의 유연한 사고를 기대해 본다.

김상훈기자 사회2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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