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우석호/경제 대통령은 누구인가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9시 29분


선거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내일의 대통령선거에는 모든 면에서 세심한 선택이 요구된다. 통일 외교 면에서도 유력한 두 후보간에 의견 차가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경제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경제정책 면에서 볼 때, 유력 후보 가운데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중의 선택은 보수와 진보간의 선택이다. 최근 시민단체(NGO)들이 이 후보와 노 후보를 ‘약간 보수’와 ‘약간 진보’로 분류했다고는 하나 그들은 태생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대변한다. 따라서 이번의 선거는 보수와 진보간의 선택일 뿐 아니라 효율중시와 분배중시간의, 그리고 시장위주 경제운용과 정부개입 경제운용간의 선택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간의 우리 경제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 앞으로 5년간 세계경제가 디플레로 진입하고 시장개방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제전환기에 우리의 선택은 앞으로 5년뿐 아니라, 그 이후인 21세기 내내 한국경제 위상을 결정할 것이다.

▼후보간 정책차이 있다▼

내일 우리가 결정할 보수와 진보간의 선택이 어떻게 경제전반에 영향을 줄 것인가 한번 생각해보자. 경제면에서 보수는 성과위주의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사람에게 보다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는다. 또한 보수는 정부개입을 통한 배분보다는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더 효율적이라 믿는다. 따라서 이들은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세워 가장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의 구축에 진력한다.

이와는 달리 진보는 경쟁사회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계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해, 경쟁의 폐해를 교정하는 데 노력한다. 따라서 진보는 시장을 통한 경제효율 증대보다는 분배에 더 관심을 두게 되고 재정정책을 활용해 정부 주도하의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교육 및 의료에 대한 정부보조 확대 등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에 진력한다.

보수냐 진보냐의 선택은 어느 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점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하냐는 선택의 문제이다. 즉, 2003년부터 5년간 우리에게 맞는 경제정책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2차 대전 이후 보수당인 미국의 공화당이 미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 20년간 줄곧 성장하자 미 국민들은 진보당인 민주당에 정권을 맡겼다. 나라 살림이 넉넉하니 온 국민이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에 진력하라고 명한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석유파동 후 카터 민주당 정권이 경제에 실패하자 미 국민들은 보수당인 공화당 후보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시장원칙을 재정립해 미국을 경제 1등국으로 다시 세워 놓았다.

우리의 보수와 진보간의 선택도 지금 경제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세계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부존자원 없는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것은 공공부문을 비롯해 각 분야에 산재한 비효율적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시장중심의 경제원칙을 재정립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경쟁력 높이기가 우선▼

우선 원활한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투자부문을 조속히 제거해야 할 것이며, 투명경영을 통해 노사화합과 외자유치를 도모하고, 고도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과감한 교육투자와 산학협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 물론 노사화합, 충격이 적은 단계적 구조조정, 농업과 중소기업 등 낙후부문에 대한 보조, 빈민층에 대한 생활보조금 증대 및 국내산업 보호를 통한 사회안정을 중시하는 진보정책이 무시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국 경제를 고뇌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 이 시대의 최우선 과제는 시장활성화를 통한 경제효율성 증대라는 것이다.

이제 국민의 선택만이 남았다. 국민들은 잠시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이 시대가 요청하는 경제정책이 과연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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