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저널리스트 퓰리처의 고뇌 ´퓰리처´

  • 입력 2002년 12월 6일 17시 49분


◇퓰리처/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김승욱 옮김/955쪽 3만원 작가정신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니스 브라이언이 쓴 ‘퓰리처’는 퓰리처상(賞)으로 그 이름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조지프 퓰리처(1847∼1911)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다.

퓰리처는 헝가리 출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신문기자로 활약하다가 거대한 신문사 경영자가 된 미국 언론인이다. 그는 당시 두 개의 큰 신문사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와 ‘뉴욕 월드’를 소유하여 정치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거물이었다. 방송이 없던 시절인 1890년대 말 ‘뉴욕 월드’의 독자만 해도 100만명에 달하여 미국 최고의 신문 판매 부수를 자랑했다고 하니 그의 언론 권력을 짐작케 한다.

퓰리처는 그 자신이 주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바 있듯이 정치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신문 사설을 통해 대통령(클리블랜드) 만들기에 나서는 한편 전쟁 방지 노력으로 미국의 민주정치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신문사는 사회를 위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기 이전에 이윤을 남겨야 하는 하나의 기업이었다. 저자는 퓰리처가 경영가적 야심과 정론을 지향하는 언론인의 양심을 어떻게 조화시키면서 미국 근대 저널리즘을 확립해나갔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퓰리처는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라고 믿었고, 그에게 이런 원칙과 확신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는 “가치가 있는 선정적인 기사는 최대한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하며 대중성과 상업성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시하였다. 그러나 이런 조화의 원칙을 스스로 배반한 적도 있다. 당시 경쟁 신문사인 월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뉴욕 저널’과 지나친 경쟁으로 말미암아 두 신문 모두 ‘황색 저널리즘’이란 오명을 언론사에 남기기도 했다. 이 점에 대해 퓰리처는 나중에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여 과거의 평판을 회복하고 올바른 저널리즘을 확립하고자 더욱 더 노력했다.

그가 평생토록 생각하던 올바른 저널리즘이란 무엇보다도 권력과 금력이 개입된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파수견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다. 그는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다리 위에서 국가라는 배를 감시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고, ‘그 자신의 임금이나 고용한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그의 사후 제정된 퓰리처상은 언론 저술 부문 최고권위의 상으로 꼽힌다.200獨 퓰리처상 사진부문을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9 테러현장 사진. 아프간 난민 사진. 논픽션부문을 수상한 빅스의 ‘히로히토와 근대일본의 형성’./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언행일치는 힘든 것.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보도의 공정성을 기하는 문제, 꼬리달린 인간원숭이 보도 같은 대중영합적 선정주의 및 상업성의 유혹과 보도 기사의 정확성을 기하는 문제 등은 줄곧 퓰리처의 신조를 시험하였다. 독자는 한 언론인의 일생을 통하여 올바른 저널리즘의 역할과 그 어려움을 동시에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퓰리처가 훌륭한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해 컬럼비아대학에 최초의 언론대학원을 세운 것, 그리고 유언으로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제정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퓰리처의 치열한 삶의 역사를 통해 그의 투철한 기자 정신, 신문사를 사고 파는 경영 능력, 사회 정의에 대한 신념 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가 활동한 당시 시대적 배경을 통하여 초기 미국 신문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퓰리처 전기인 동시에 근대 미국 저널리즘의 역사이기도 하다.

900쪽이 훨씬 넘는 방대한 양의 전기이지만 풍부한 기존 자료를 다 섭렵하고 그에 대한 평판까지 넣기에는 부족했던 책이다. 그리고 자서전류와는 달리 제3자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술하고자 애쓴 저자의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현택수 고려대교수 사회학 lovem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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