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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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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과 북한의 위험한 거래〓미국 정보 관리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핵심 우방인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심적인 핵무기 개발장비를 제공한 주요 공급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98년 파키스탄은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개량한 미사일을 실험했다. 당시 미국은 파탄 직전의 파키스탄 경제력에 비춰볼 때 어떻게 이 같은 미사일을 구입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 했다.
정확히 그때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97년 또는 98년에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가스 원심분리기를 포함한 핵심 장비를 파키스탄으로부터 건네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들은 “미사일과 핵 개발장비의 교환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파키스탄의 역할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은 이를 부인했다.
양국의 거래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이 쿠데타로 집권한 99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9·11테러 이후에도 확대되고 있다.
▽미 행정부의 조치〓베이징에서 미 국무부의 존 볼턴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중국 관리들에게 모든 외교적 경제적 지렛대를 동원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현안은 다음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주 크로퍼드목장에서 열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북한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종합한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뉴욕에서 방북을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 현안을 얼마나 강하게 제기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라크와 선긋기〓미국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한 이후 12일 동안 왜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백악관은 단지 다음 조치를 결정하기 이전에 일본과 한국, 기타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의회와 상의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짜 이유는 미 행정부가 의회와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관련 토론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침묵을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면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자국민과 주변국에 대량살상무기를 실제로 사용한 전력이 있는 유일한 통치자”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독재자이고 북한이 미사일 등을 수출한 전력이 있지만 우리는 북한을 다룰 다른 수단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를 30년간 다뤄온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은 거짓말을 일삼는 최악의 전제주의적 정권이기는 하지만 지역 안정에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다”면서 “북한의 위협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3만7000명의 미군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리 밀홀린 핵무기에 관한 위스콘신 프로젝트 소장은 “미국의 태도는 핵무기를 이미 가졌을지 모르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한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이전 단계에 있는 이라크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지난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 보인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를 비판해 온 이른바 매파와 회의론자들이 지금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