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직을 위해…” 칼 빼든 젊은피들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44분


대투 드림팀 실무팀. 왼쪽부터 손주익 조수연 강대업 유승곤 신화섭 김세환 김원림 홍은기씨.
대투 드림팀 실무팀. 왼쪽부터 손주익 조수연 강대업 유승곤 신화섭 김세환 김원림 홍은기씨. <박경모기자 momo@donga.com>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보낸 여름이었습니다. 회사를 살린다는 생각에 더위도 어려움도 모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대투 2002 드림팀’ 멤버인 대한투신증권 경영지원실 홍은기 차장(38)은 지난달 2일부터 2주일 동안 거의 매일 오후를 회사를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보냈다.

드림팀은 차장 이하의 젊은 사원 34명이 모인 싱크탱크. 조직을 대대적으로 혁신해 수익성을 높이고 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라는 특명을 받아 7월 조직됐다. 특히 홍 차장은 드림팀을 이끄는 실무팀 팀장 격으로 일했다.

실무팀 12명 가운데 본사 직원 8명은 오후 3시반이면 회의실에 모여 첫 과제인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부기능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사장을 포함한 그 누구도 드림팀의 활동을 간섭할 수 없다는 원칙이 세워졌고 토론 내용도 비밀에 부쳐졌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견이 나오면 치열하게 싸우고 전원합의로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

김병균 사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를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기대는 옳았다.

회의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지점 영업사원들이 본사 지원부서를 전화 한 통으로 이용하도록 도와주는 ‘퀵 서비스팀’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든 영업사원이 자산관리사가 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사 자산의 일부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투신사에 맡겨 수익률을 서로 경쟁하자는 제안과 청년 사원이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운영하는 ‘드림지점’을 만들어 시범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논의의 큰 주제는 중복되는 부서를 통폐합하고 영업기능을 강화하는 것. 조수연 홍보실 차장(40)은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조직만 생각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사라질 부서의 동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실무팀은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필요하고 가능한 것들을 추려 지난주 드림팀 전체 회의에서 확정하고 전 사원과 경영진에게 알렸다. 회사는 이 제안을 토대로 다음주 월요일경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예정.

팀원들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세환 마케팅팀 사원(30)은 “민주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드림팀 34명은 추석 명절이 끝난 뒤 일주일 동안 미국과 유럽의 자산운용기관으로 해외연수를 떠난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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