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법규위반 운전자 교육제도

  • 입력 2002년 9월 8일 18시 46분


“벌점 많이 쌓아 놓으세요. 대선이 끝나면 연말에 또 사면해 줄 터이니까.”(네티즌 문은희씨)

정부는 7월 9일 각종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벌점을 많이 받은 운전자, 운전면허 취소 및 정지자 481만여명을 전격 사면해 줬다.

이번 사면은 98년 3월 교통사범 532만명에 대한 특별 감면조치 이후 두 번째. 이로써 현 정부 들어 사면된 교통사범은 총 1013만명이 됐다. 그러나 음주 뺑소니 등 악성 범죄형 운전자까지도 아무런 재교육도 없이 사면해 준 데 대해서는 아직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시민은 두 손을 들고 환영했지만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 ‘벌점 무서워하지 말라, 선거만 기다리면 된다’며 준법의식 해이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설재훈 전문위원은 “교통벌점에 대한 사면을 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재교육’이 없이 사면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선진국처럼 법규위반자에 대해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벌점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로교통안전공단이 하는 운전자들에 대한 ‘재교육’은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벌점 40점 이상을 받아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법규위반자 교통사고자교육(6시간)은 의무적이지만 법규위반자나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각 4시간)은 ‘선택사항’(교육받으면 정지기간 20일 감면)이다. 그러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기간만 경과하면 다시 면허를 딸 수 있어 교육을 통한 운전습관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벌점의 정도에 따라 단계적인 면담이나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체계적으로 재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벌점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면허정지가 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 캐나다 등지에서는 당국의 ‘벌점 관리’가 철저하다.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경우 법규위반으로 벌점 4점을 받으면 1차로 경고 통지서를 받는다. 그때그때 교통안전교육을 선택해서 받으면 벌점을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지 않고 벌점이 6점까지 되면 1년간 ‘가면허 처분’을 받으며 교통안전교육 전문가와 면접을 통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인터뷰 기간 중에 또다시 법규를 위반하거나 벌점이 13점이 될 경우에 운전자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교정교육을 이수한 뒤 벌점을 경감받을 수 있다.

법규위반자에 대한 ‘의무적 재교육’이 철저한 독일의 경우 교육과정 참석 비용은 기본적으로 수강자 부담(약 25만∼30만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3일간의 교육과정에서부터 2∼6주간의 장기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특히 음주운전자 중 의학 심리학적 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교육기간이 6∼9개월에 이르기도 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운전면허 취득 후 2∼3년 내에 음주 약물운전 등 중대한 법규위반자들에 대해서는 ‘관찰기간 제도’를 운영해 지속적으로 교정과 재활대책을 마련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999년 관찰대상자에 대해 음주운전교육 이수자와 비이수자의 음주운전 법규위반 재범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교육이수자의 재범률이 비이수자 집단에 비해 5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명묘희 연구원은 “운전자들이 교통안전 교육에 대해 귀찮아한다고 해서 ‘규제 완화’ 측면에서 교육을 줄여온 정부 정책은 맞지 않다”며 “안전교육 무용론보다는 교육을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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