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CIA와 FBI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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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이라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다. 그만큼 이들 두 기관은 전 세계 정보기관의 대명사처럼 돼 있다. 그런 두 기관의 사이가 요즘 썩 원만치 못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9·11 테러 직전 입수된 관련 정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느냐를 놓고 양 기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지부에서 올린 첩보에 FBI 본부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이 커지자 CIA 측에서 “우리가 그런 보고를 받았더라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린 게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CIA와 FBI의 감정싸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CIA가 해외정보 분야를 주임무로 하는 ‘창’이라면 FBI는 미국 내 방첩활동을 책임지는 ‘방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갈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두 기관이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대표적인 예로는 미 방첩(counterintelligence) 활동사에 최대 오점으로 기록돼 있는 1994년 올드리치 에임스 사건이 있다. CIA 고위간부 출신으로서 검거 전까지 CIA 비밀요원 10여명의 사망과 200건 이상의 비밀공작 와해 등 엄청난 피해를 끼친 에임스를 그토록 장기간 잡지 못한 책임을 놓고 두 기관은 오랫동안 티격태격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이던 1908년에 창설된 FBI는 애초에 연방정부와 관련된 범죄, 주(州)의 경계를 넘나드는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었다. 전설적인 에드가 후버 국장 시절의 FBI는 1930년대 이후 해외정보 분야로까지 활동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에 따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지의 미국대사관에 요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정보기능은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창설한 CIA로 넘어갔다. 이렇게 보면 두 기관의 갈등은 역사적 뿌리가 깊은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보기관 개혁론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CIA와 FBI처럼 해외정보 기능과 국내정보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기관이 상호 견제하도록 함으로써 권력남용과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보업무의 분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활동의 방향설정과 정보요원들의 수준이다. 우리 정보기관들은 과연 이 요구를 얼마나 만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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