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 분양가 ‘평가방식’ 논란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17분


“바로 앞에 길이 뚫려 값이 두 배로 뛴 땅을 종전 가격대로 팔라는 것은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횡포다.”(건설사)

“공시지가보다 두 배나 비싼 값에 땅을 샀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양가를 높이려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소비자모임)

가파르게 상승하던 아파트 분양가가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개입으로 주춤하는 양상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비자모임)’은 다음달 서울 동시분양에 나오는 아파트의 분양가 평가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소비자모임이 지적한 분양가 과다 책정 업체는 16개사 중 11개 업체.

건설사들은 일단 28일 모집공고 승인 때까지 가격을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비자모임이 매번 원가계산에 따른 분양가 인하를 요구한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키로 했다. 특히 서울시와 소비자모임이 모두 평가 결과만 내놓을 뿐 이에 대한 세부 근거에 대해서는 딱 떨어진 설명을 못하고 있어 평가 방법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분양가 구성 요인〓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종전자산과 건축비, 기타 사업비로 구성된다.

종전자산은 맨 땅을 사서 지을 때는 토지지만, 기존 아파트나 빌딩을 재건축할 때는 건물비와 토지비로 나뉜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 사업 때는 종전 건물가격을 무시하고 땅값만 자산으로 간주한다.

건축비는 순수 공사비를 의미한다.

건축비에 맞먹을 만큼 잡다하게 붙는 게 기타 사업비. 공사 지연에 따른 물가변동비, 하자보수비, 설계비, 감리비, 측량조사비, 국민주택채권 매입비, 보존등기비, 소송비용, 조합운영비, 신탁등기비, 감정평가비, 각종 수수료, 이주금융비, 각종 부담금, 예비비, 대지정리비 등이 있다.

▽땅값과 건축비〓이번 평가에서 토지비와 건축비, 분양가 등 세 항목 모두 과다 책정한 것으로 지적된 롯데건설을 보자.

소비자모임과 건설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항목이 땅값.

소비자모임은 공시지가(평당 406만6000원)보다 20% 높은 수준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평당 땅값은 여기에 전체 분양면적 대비 대지지분을 곱한 가격이다. 이를 감안한 평당 땅값은 164만원.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재건축 기대이익이 반영된 땅값을 공시지가 수준으로 내리도록 강요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고 강조한다.

롯데건설이 아파트를 짓는 땅은 목동 동신아파트가 있는 자리다. 동신아파트 19평형 시세는 1억3000만원. 곧 허물어질 아파트의 가격인 만큼 건물가치가 아닌 땅값만을 감안한 것이다. 이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10.18평. 따라서 평당 땅값은 1300만원에 달한다. 용적률을 감안하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땅값은 400만원 선이다.

건축비 계산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소비자모임은 건축 원가를 표준건축비보다 30% 높은 수준에 대지조성비(평당 25만원)를 더한 가격으로 본다. 롯데아파트의 건축비는 평당 290만원.

하지만 롯데건설은 소비자모임이 총 공사면적이 아닌 분양면적만을 대상으로 공사비를 산출했다고 비판했다. 롯데아파트의 공사면적은 5만2576평. 여기에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위실이나 놀이터 상가 등 각종 부대시설이 포함돼 있다.

롯데건설이 사업승인용으로 제출한 사업예산서에 나온 총 공사비는 1490억원. 이를 공사면적으로 나누면 건축비는 평당 283만원이다.

하지만 공사비를 분양면적(3만7333평)으로 나누면 평당 400만원에 육박한다. 롯데건설 오기종 과장은 “총 공사비를 분양면적으로 나눠야 건축비가 분양가에 얼마나 포함되는지 알 수 있다”며 “무조건 표준건축비에 따른 공사비만 고집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기타 사업비〓소비자모임이 지적한 항목 중 이주금융비와 조합운영비 등은 확연한 시각차가 드러나는 대목.

소비자모임 김재옥 회장은 “롯데건설의 분양가 항목에 조합원 무이자 이주비에 따른 이자 121억원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분양가에 포함시키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무이자 이주비는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키는 건 업계의 관례”라고 반박했다.

조합운영비와 관련해서는 9억2000만원이나 책정돼 있다. 소비자모임은 조합운영비가 과다 책정됐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조합운영비를 왜 건설사가 책임지며, 이를 분양가에 전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재건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근 조합원 임금과 총회 비용 등이 필요하며 이는 사업과정에서 드는 비용인 만큼 건축비에 포함시켜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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