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선거법 어려워 법 못지키겠네˝

  • 입력 2002년 5월 22일 20시 37분


경남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사무실.

불법선거 단속에 나서는 3명의 직원을 뺀 나머지 4명이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 직원은 “출마 예정자와 선거 기획사 관계자들의 선거법 문의가 하루 종일 빗발친다”고 말했다.

94년 제정된 이후 16차례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은 총 17장 278조에 달해 두툼한 책이 한권이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법령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채 선거 기획사에 홍보와 인쇄물 등을 맡기는데다 선관위의 교육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각 지역 선관위는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을 상대로 한차례의 ‘입후보 안내 설명회’만 갖고 있다.

애매한 규정들도 많다는 게 출마 예정자들의 공통된 호소.이 때문에 후보진영과 단속반원과의 실랑이도 잦다.

명함형 인쇄물 배포가 대표적인 경우. 출마 예정자는 선거일전 180일 부터 현직만을 적은 명함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인사 차원에서 직접 건넬 수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배부하거나 경력을 써넣으면 선거법에 저촉된다. ‘통상적인 방법의 인사’나 ‘불특정 다수’의 경계도 모호하다. 반면 선거기간에는 학력과 경력이 적힌 명함을 직접 나눠줘도 괜찮다.

마이크를 이용한 거리유세도 마찬가지.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은 차량에 마이크를 장착해 쓸 수 있지만 기초의원은 휴대용 마이크로만 거리유세가 가능하다. 소음을 줄인다는 목적. 그러나 핸드마이크의 성능이 좋은데다 출력제한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현직 단체장의 경우 일과시간에 부하직원을 데리고 직무수행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나 ‘직무수행의 범위’를 놓고도 논란이 적지않다.

부산의 한 기초의원 출마예정자는 “지역 선관위가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답변해야 할 정도로 선거법이 복잡하다”며 “후보 스스로 선거선거법에 대해 충분히 익히고 선관위의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선관위 강천수(姜千洙)지도과장은 “불합리하거나 애매한 규정은 이번 선거가 끝난뒤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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