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6개월] 對테러전- 세계경제 전망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11분


《지난해 9월11일 자본주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트윈 타워가 항공기 테러에 의해 무너졌다. 미 군사력의 상징인 펜타곤 역시 화염에 불탔다. 약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9·11의 충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의문에 답하고 있다.》

▼美 '필리핀 이슬람 반군 소탕' 모델 확대할 듯▼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투하한 1만4000개의 폭탄과 미사일 중에서 60%가 위성이나 레이저에 의해 유도돼 90% 이상의 적중률을 기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정밀 무기를 바탕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소규모 침투 가능성:95%

국지적인 극단세력에 대한 제한된 작전은 95% 이상의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난달 중순 아부 사이야프 조직과 싸우고 있는 필리핀 정부군을 돕기 위해 필리핀 남부 바질란섬에 160명의 특수군을 파견했다. 미국은 필리핀 두 개 도시에 500명의 병력을 추가로 파견할 것이다.

이슬람 독립국 건설을 명분으로 하는 아부 사이야프는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인정하고 있고 조직원들은 아프간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2명의 미국 선교사를 납치, 억류 중이다.

다음 침투 예상 대상은 예멘과 소말리아다. 알 카에다의 예멘 조직은 2000년 10월 아덴 항에 정박중인 USS 콜 해군함을 포격, 17명의 수병을 숨지게 했다. 예멘 정권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 편을 들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순 마리브주 중부에 있는 알 카에다 조직 소탕 작전을 자체적으로 벌였다.

소말리아는 알 카에다와는 관련이 없지만 93년 이곳에서 유엔의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던 미 특수부대원 18명이 사망한 곳이다. 미국은 급진적 이슬람 조직인 알 이티하드를 테러조직, 그리고 바라카트 금융그룹(Barakat financial group)을 테러자금줄로 규정하고 있다. 알 이티하드는 해외 소말리아인들이 본국에 돈을 송금하는 지구적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어 추적당하고 있다.

②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제거작전 가능성:50%

미국이 현상을 타파하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4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 무기시설에 대한 공중폭격, 둘째 후세인 대통령 암살(미국은 9·11 테러 이후 정치적 암살 금지법을 폐기했다), 셋째 공중폭격과 이라크 반군 지원, 넷째 이라크에 대한 전면전.

무기시설은 식별이 어렵고 폭격을 해도 다시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후세인 대통령은 암살해도 안심할 만한 후계자가 나올 보장이 없기 때문에 두 옵션은 각각 효과가 적다. 셋째 옵션은 다른 옵션들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안이 되고 있다. 충분한 시간과 자원, 훈련을 제공하면 하나 이상의 반군 조직을 효율적인 군사조직으로 개편할 수 있다. 후세인 정권의 내부 모반도 유도할 수 있다.

넷째 옵션인 대이라크 전면전은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반대 그리고 유럽 러시아 중국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라크 인접 국가들도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경우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

③이란과 북한으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5% 미만

향후 2, 3년 안에 이란과 북한으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특히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의 가능성은 이란보다 낮다. 김정일(金正日) 정권이 먼저 명백히 적대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데도 선제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은 어렵다. 북한의 군사 대응에 대한 피해를 홀로 보아야 하는 한국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당화되지 않는 미군의 작전에 격렬히 저항할 것이다.

▼美-세계경제 '이중하강' 가능성 적어▼

세계 경제는 9·11 테러 이전에 전망한 것보다는 나쁘지만 9·11 테러 이후에 전망한 것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테러에 따른 심리적 위축도 지난해 12월 회복됐고 국제 분쟁의 심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는 새로운 라운드의 무역자유화 협상에 성공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의 침체는 테러 공격 6개월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9·11 테러가 침체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지워버렸는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신속한 회복의 전망을 지우지는 못했다.

2002년 세계 경제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정체 또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보다 활기찬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성장의 가속화는 2003년으로 이어져 내년에는 4.1%(구매력 기준, 시장환율 기준으로는 3.3%)의 성장률을 달성할 전망이다. 또 2002∼2006년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4%(구매력 기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하강(double dip)’ 가능성:30%

최대 복병은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하강’ 가능성이다. EIU는 이에 30%의 가능성을 두고 있다. ‘이중 하강’을 유발할 요인으로는 우선 또 다른 테러의 위협을 들 수 있다. 하지만 9·11 테러가 침체에 큰 영향을 못 미쳤듯이 또다시 테러가 일어난다고 해서 경기가 하강할 개연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과신할 경우 이슬람권과 장기전의 수렁에 빠져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보다 유의해야 할 수치는 지속적인 미국 실업률의 상승이다. 이것은 소비자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경기를 침체로 몰고갈 위험이 있다.

이중 하강은 6개월간 성장하다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이 여파는 더욱 심각해 2003년 중반까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외채위기가 인접국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 위기가 영향을 미칠 여지는 적어보인다.

②예상보다 더 높은 성장 가능성:20%

EIU가 예상한 것보다 미 경제 회복이 빠를 경우 세계 경제는 더 큰 성장의 추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EIU는 이 시나리오에 20%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안에 활기찬 성장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구촌 안전비상, 불황예상은 빗나가▼

9·11 테러로 세계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베트남전과 같은 수렁에 빠지고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인 인도네시아에서부터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이슬람교도들이 들고일어나 종교분쟁이 격화될 거라는 예상은 틀렸다.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질 거라는 전망도 어긋났다.

반면 해묵은 분쟁은 격화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은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의 전면전 직전의 위기까지 치달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도 악화됐다.

9·11 테러로 세계가 예전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로 숨진 수천명보다 수십, 수백배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대량파괴무기의 잠재적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아프간 전쟁에서 압도적인 군사기술을 과시한 미국은 이제 비교가능한 슈퍼파워가 아니다. 모든 국가,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전체를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수준의 군사비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3%안팎에 그치고 있다(표 참조). 80년대에는 그 비중이 6%를 넘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동맹국과 상관없이 국내 지지만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세다.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미 안보의 위협으로 꼽고 있다. 세계는 미국의 변화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는 한편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연 미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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