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계 ‘정경유착’파문에 떤다…엔론사 파산前 대규모 로비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2분


최근 파산한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 엔론사가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면서 정치권에 맹렬히 로비해온 것으로 밝혀져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25일 “엔론사와 이 회사의 케네스 레이 회장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인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해왔다”면서 “이는 정치와 돈의 유대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엔론은 89년 이후 580만달러, 레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88만2580달러를 정치권에 제공했다.

▼관료일부 엔론社 자문역▼

포스트는 특히 “엔론과 공화당 및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유대는 각별하다”며 “엔론과 레이 회장 및 이 회사 종업원들은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57만2350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또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료 중 일부는 엔론의 자문역이나 주주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엔론과 레이 회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기부액수나 사용처에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정치자금(소프트 머니)으로 모두 170만달러를 정치권에 제공했으며 이 중 3분의 2가 공화당에 집중됐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93∼94년엔 13만6000달러, 96년엔 68만7000달러를 소프트 머니로 정치권에 제공했다.

레이 회장은 이 같은 정치자금을 대가로 워싱턴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올해 초 딕 체니 부통령을 사적으로 만나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장의 인선문제에 개입했을 정도라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엔론사태가 악화된 지난달 상원위원회를 통해 기부금 10만달러, 지난주엔 주지사협회를 통해 6만달러를 엔론에 돌려줬다. 엔론과의 관계가 부담스러워진 것.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론의 돈을 덜 받은 민주당은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과 엔론의 유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램 의원은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이던 지난해 엔론의 에너지 파생상품 선물거래에 대해 연방정부의 감독을 면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램 의원은 89년 이후 엔론으로부터 모두 9만7350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으며 연방정부 관료 출신인 부인 웬디 여사(한국계)는 93년부터 이 회사 이사로 일해왔다.

▼“액수 크지만 불법 아니다”▼

에너지 파생상품 선물거래는 그동안 이 회사의 사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이었으나 정부의 감독을 받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돼 엔론을 파산으로 치닫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엔론의 선거자금과 소프트머니는 비록 규모는 크지만 모두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에 의거, 제공된 것이어서 불법은 아니라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본격적인 정치자금 게이트로 발전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