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까만나라 노란추장'

입력 2001-10-05 19:01수정 2009-09-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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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나라 노란추장' 강무홍 지음/한수임 그림/30쪽 6500원/웅진닷컴▼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 지구별 맞은 편에 자리잡은 이곳에서는 아직도 배고픔으로 수많은 어린 생명이 숨을 거두고 있지만 세계는 이 척박한 땅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다.

1971년, 잦은 가뭄과 내전이 이곳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갈 무렵 노란피부의 한 동양인이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찾아든다. 당시 서울대 농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한상기 박사.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업연구소에서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소 방법을 연구하게 된 그는 안정된 삶을 버리고 과감히 낯선 땅에 뛰어든 것이다.

한 박사를 처음 만난 현지인들의 첫 반응은 냉담했지만 한 박사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자 주민들도 곧 마음의 문을 연다. 한 박사는 현지인들과 함께 종자 개량에 열중한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뒤 한 박사가 개량한 작물은 크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

한 박사의 명성은 곧 이웃나라에도 퍼졌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벌레 때문에 모든 작물들이 말라죽어 버린 콩고에서도 한 박사의 도움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한 콩고 농부의 뜨거운 눈물을 보면서 한 박사는 더욱 연구에 열중해 결국 그 벌레의 천적을 발견해 한 나라의 미래를 살리게 된다.

한 박사의 노고에 감동한 나이지리아의 대표 부족인 요루바족은 한 박사를 추장으로 추대한다. 핏줄도 피부색도 다른 한 박사를 지도자로 추앙한다는 것은 뿌리깊은 부족사회인 아프리카에서는 실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 책에는 아프리카 전원의 모습이 은은한 색감으로 잘 묘사돼 있어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아이들은 때로 놀라울 정도로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을 무조건 받아들일 때가 있다. 인종적 편견 역시 그 중 하나인데 이 책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활짝 웃는 표정, 흑인 꼬마들의 해맑은 미소를 잘 표현해주고 있어 아이들이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추장 추대식 장면 역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

한 박사가 20여년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헌신과 봉사가 조롱당하는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정치도 종교도 아닌,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이를 실천하는 한 사람의 인간임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에 대한 집착은 부모도 아이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사랑의 실천이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가치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지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책. 유아 및 초등학교 1·2학년용.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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