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기형/‘정보 뻥튀기’ 기업 수명 줄인다

입력 2001-10-05 18:37수정 2009-09-1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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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정확한 데이터의 수집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몇 억 광년 떨어진 별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지구에 도착한 빛의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정확한 빛의 데이터를 얻으려면 실험도구들을 정밀히 설계해 빛이 대기권에 들어올 때 왜곡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방해하는 빛을 걸러내야 한다. 데이터가 왜곡되면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도출되고 판단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와 비슷한 현상을 종종 경험한다.

전자상거래가 대세라고 미국이 주창한 뒤 세계는 바쁘게 움직였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혁명적이라 할 만큼 성장했고 증권시장과 성장의 궤를 같이 하면서 전세계가 출렁거렸다.

우리 눈앞에서 초신성(超新星)이 폭발한 것이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의 에너지로 새로운 행성이나 별들이 생긴다. 초신성은 응축과 폭발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가 블랙홀이 되어 주변을 마구 끌어들이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중성자별이나 태양, 아름다운 별이 된다고 한다.

전자상거래는 어떤 별이 될까. 이를 예측하고 판단하려면 정확한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한다.

시장 전체의 크기는 얼마이고,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각 기업은 언제쯤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만큼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정책적 변수들을 언제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

이 같은 물음에 올바르게 답하려면 인터넷 전자상거래라는 초신성이 폭발할 때 쏟아내는 빛의 데이터, 즉 기업 사용자 정부 등 시장 참여자들이 생성하는 각종 데이터(인터넷 이용자 수, 이용률, 참여 기업의 매출액, 비용 구조, 인프라와 경쟁력)가 과학적으로 측정돼야 한다. 이 데이터가 틀리면 우리는 엄청난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세계는 새로운 모델의 사업을 실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사업을 수용하는 시장은 경영자의 계획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시장은 제대로 성장 혹은 소멸해 가는데 경영자는 그 성장 경로를 분석하고 투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이미 생산단계에서부터 통제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데이터가 득세하는 곳에서 경영자와 투자자의 선택이 시장의 성장경로와 근사하게 맞아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최근 들어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쏟아지는 데이터와 현실 사이에서 믿고 의지할 기초가 없어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이제 갓 출범한 업체가 직원들을 동원해 매출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시장 규모가 갑자기 커졌다고 치자. 이 경우 이 기업은 더 이상 지원의 손길이 끊길지도 모른다. 따라서 각 기업은 시장의 현재 모습을 왜곡없이 공개해야 한다. 시장과 미디어는 각 기업에서 공개하는 데이터를 분별있게 검증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투명한 데이터가 시장에 공급될 때 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과학 경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기형(인터파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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