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안창희/바둑에서 배운 위기타개 비법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7분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어려운 일들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교육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날씨까지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찜통 더위로 불안한 민심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의 형편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경쟁상대인 중국 등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 시대의 기업경영은 여느 전쟁 못지 않게 어렵기만 하다. 마치 게릴라성 집중호우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의 위험이 돌출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신기술과 신경영 환경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트렌드를 읽기도 쉽지 않다.

머무르면 도태될 것이고, 잘못 방향을 잡으면 더욱 급격한 몰락의 위험에 노출된다. 쉬울 때는 아무나 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어려울 때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유능한 CEO의 몫이며 이런 과정을 거쳐 CEO의 능력은 검증된다.

필자의 해법을 소개한다면 ‘어려울수록 쉽게 하라’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에서 힌트를 얻었다.

키워드는 역시 사람이다. 경영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CEO는 물론 단 한 명 조직원의 실수로도 조직 전체가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 쓰려면 인재육성, 신상필벌, 적재적소, 공평무사, 권한이양, 발탁인사, 의사소통 등과 같은 원칙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이 원칙을 올바로 실행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을 통합하여 조직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CEO들은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전쟁보다 더 생생한 것은 없지만 실제로 경험하기는 어려우므로 게임에서 도움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피 흘리지 않고 ‘손으로 의사 소통하는’ 전장인 바둑은 위기십결(圍棋十訣)에서 위기타개의 비결을 가르쳐 준다. 음미하고 실행한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다.

△부득탐승(不得貪勝)〓이기자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는 것이니 바둑의 원리대로 두어라.

△입계의완(入界宜緩)〓적의 세력에 들어갈 때는 깊게 들어가지 말라.

△공피고아(攻彼顧我)〓적을 공격할 때는 나의 능력 여부와 결점유무 등을 살펴야 한다.

△기자쟁선(棄子爭先)〓긴요치 않은 돌은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요소를 빼앗기지 말라.

△사소취대(捨小就大)〓눈앞의 소리(小利)를 탐내지 말고 대세상의 요소를취하라.

△봉위수기(逢危須棄)〓위험을 만나면 속히 손을 떼든가 또는 시기가 올 때까지 보류하라.

△신물경속(愼勿輕速)〓부디 경솔하거나 빨리 두는 따위의 일은 하지 말라.

△동수상응(動須相應)〓상대가 움직이면 같이 행동하고 멈추면 같이 멈춰라.

△피강자보(彼强自保)〓주위의 적이 강한 경우에는 우선 내 말이 갈라지지 않게 보호하라.

△세고취화(勢孤取和)〓접전인 경우 내 형세가 외롭거든 싸우지 말고 평화를 취하라.

안전벨트를 맨다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해 최선을 다하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왜 미래를 위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가.

안 창 희(한화투신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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