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자법’으로 고리채 없어질까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4분


국세청이 밝힌 악덕 고리 사채업자들에 대한 내사 결과는 경악 그 이상이다. 채무자에게 신체장기를 떼어주겠다거나 사창가에 팔아 넘겨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빚을 받기 위해 실제로 살인과 폭력이 횡행했다는 내용은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를 다시 한번 묻게 한다.

연리 1440%라는 이자율도 기가 막히지만 3년 동안 무려 750여억원의 사채이자를 챙긴 악덕 업자가 버젓이 존재했다면 그동안 당국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변제 기일에 사채업자가 사라져 빚을 못 갚게 하고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일이 무수히 벌어져도 법에 호소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정부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의심케 한다.

뒤늦게나마 언론의 집중적인 문제제기 이후 국세청이 악덕 사채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고 검찰이 조직 폭력배의 고리채업 단속을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시적 단속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정부는 잘 알 것이다. 사채에 매달려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시장논리에 따라 고리채업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특히 고리채에 의존해야 하는 계층이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은 보다 근원적이어야 한다. 신용불량자에게 적절한 불이익을 주고 제도금융권에서 흡수하는 방안과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물론 표피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정이 가장 효율적 방안 중 하나라며 추진중인 연 30∼40%의 이자제한법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 법은 채무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사금융이 일종의 암시장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는 미지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법이 부활되면 사채업자들은 자금의 공급을 줄이고 일종의 위험비용까지 얹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서민들은 사채를 얻는 데 더욱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당국은 감안해야 한다.

물론 악덕 고리채로 발생하는 문제의 일차적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서민들이 사채업자를 찾아가야만 하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만든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정부는 고리채 문제로 나타난 현상을 제거하는 대증요법적 처방보다 전반적인 경제정책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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