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사회 폭력행사 안된다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5분


새학기 들어 여러 대학에서 총장선임 교수재임용 재단비리의혹 등록금인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재단 학교 교수 학생들 사이에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장실 점거 감금 농성 기물 파손 등 대학생들의 과격 행동이 빈발하고 있다.

어느 곳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지성인 사회에서 이같은 반이성적인 행동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부 학생들의 요구는 그들이 제기할 만한 수준과 정도를 훨씬 넘어 막무가내식으로 학사 행정에 개입하는 양상이다. 사실상 재단이나 학교 당국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 학교 재단의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경영과 학교 운영이 학생들의 과격 행동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사 행정에 물리력으로 개입하고 나서면서 학내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사제(師弟)간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실종되고 있다. 집단행동은 수업파행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공부하려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는 특히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움직임의 뒤에는 어떤 외부적인 힘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재단이나 학교 관계자들의 걱정을 흘려버릴 수 없다.

요 몇 년 새 대학 사회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재단이나 학교 당국, 교수의 힘은 한없이 약화되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흐름이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기본 질서가 무시된 채 무엇이든지 집단적 힘의 논리로 해결하려는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학내 분규가 이처럼 악화된 데는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눈치나 살피는 교수들의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40, 50대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 ‘비전@한국포럼’을 창립한 것을 주목한다.

이 모임은 창립 취지문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갈 가치 체계와 생활양식, 미래지향적 제도를 모색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합리적인 지성의 소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특히 대학의 안정을 위해 학생이건 교수건 대학 구성원 모두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학 사회에 더 이상 폭력이나 떼쓰기가 확산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