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4]다국적기업 나이키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0분


올해 1월 멕시코 푸에블라시. ‘극동’이라는 신발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800여명의 근로자들이 노조 결성 등을 주장하며 작업을 거부하자 회사측은 주동자 5명을 해고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이 공장에 하청을 준 나이키가 나섰다.

나이키는 컨설팅업체를 고용해 우선 이 공장이 멕시코의 노동법과 나이키의 기업윤리규범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검사 결과 위반 사항은 고치도록 했고 5명의 해고자들을 복귀시키도록 했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노조 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용품 업계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이키. 1971년 오리건대의 육상선수 필 나이트와 육상코치 빌 바우어만이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업계 최초로 본사는 물론 제품 생산 계약을 한 하청업체들의 근로조건과 안전시설까지 업그레이드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글 싣는 순서▼
1. 존슨&존슨
2. 3M
3. 美 기업평가 시스템
4. 다국적 기업 나이키
5. 사우스웨스트
6. 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
7. 네슬레
8. 노키아
9.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10. 전문가 좌담-독자 반응

나이키의 기업책임 담당 토드 맥킨 이사는 “나이키는 신발의 품질뿐만 아니라 그 신발을 만드는 공장의 품질도 중시한다”고 말했다. 본사에서는 제품의 디자인과 마케팅만 하고 생산은 전적으로 하청업체에 맡겨 온 나이키는 기업이 점점 글로벌화됨에 따라 하청업체들의 근로조건 등을 규정하는 기업윤리규범을 만들었다.

92년 도입된 이 규범은 △직업상의 안전과 건강 보상 노동시간 △환경오염의 극소화 △자유로운 조합구성과 단체교섭 권리 등을 제 1의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94년에는 사회적 책임 분야를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기업책임부’가 만들어졌다. 이 부서에는 모두 70명의 직원이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하청업체와 처음 계약을 체결했을 때부터 근로조건과 작업안전도 등을 점검한다. 또한 PWC 등 유명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해 약 18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든 공장의 회계와 인사자료 시설을 조사하고 직원 면접 등을 한다.

맥킨 이사는 “미국의 유명한 의류회사들조차 자신의 제품이 어디에서 어떤 노동을 통해 생산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이키는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 55개국 750여개 제조 공장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는 최근 3, 4년간 근로조건이나 품질관리 등을 준수하지 않은 12개 회사와 계약관계를 해지했고 그보다 훨씬 많은 회사는 처음부터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업책임부는 이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 재활용 제품들을 기획 생산하고 사회에 대한 기부와 협조 등을 관장한다. 최근 대만 지진 때는 회사 차원에서 구호품을 보냈고 헌 운동화를 재활용한 잔디를 개발해 운동장에 사용하고 있다.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따지는 나이키 본사의 근무 여건은 어떤가. 회사 시설들을 둘러 본 인상으로는 눈만 뜨면 출근하고 싶어질 것 같은 환경이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 근처의 소도시 비버턴에 있는 나이키 본사는 ‘캠퍼스’라고 불린다. 현재 5000여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대학처럼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21만여평의 광활한 부지는 조깅트랙으로 둘러져 있고 직원들을 위한 테니스장 체력단련장 축구장 농구장 수영장 유치원 간이식당 등이 호텔보다 더 좋았다. 스포츠 스타들의 이름을 붙인 15개 빌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호수가 오리건주 특유의 침엽수들을 드리운 채 고요하게 반짝였다.

홍보 담당자인 안드레아 코르소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체력을 추구하는 나이키는 직원들의 건강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 흔한 뚱보들이 나이키 캠퍼스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운동하면서 제품을 시험하는 1차 고객이었다.

이 회사에 28년간 근무한 넬슨 패리스 이사는 “회사간 이동이 많은 미국에서도 나이키는 한번 입사하면 잘 나가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자랑했다. 회사 창립 때부터 30년 가까이 근무한 간부가 7명 정도 된다고.

두 명의 청년이 자동차안에서 운동화를 팔며 시작된 나이키가 30년 만에 연간 매출 90억달러(약 12조원)의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한 바탕은 기업정신 깊숙이 자리한 ‘스포츠맨십’인 듯했다.

<비버턴(미국오리건주)〓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