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2>한국과학기술정보硏 슈퍼컴퓨터 4호기

  • 입력 2008년 9월 18일 07시 49분


초당 324조回 연산… ‘神의 영역’ 넘본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멕시코 만으로 흘러들어 난류와 뒤섞인다. 바다의 수온이 떨어지면서 해류의 정상적인 흐름이 깨진다. 우박과 토네이도, 해일 등의 기상이변과 함께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온다….’

2004년 국내에도 개봉돼 환경 재앙의 경각심을 일깨운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인 기후학자 잭 홀 교수는 남극을 탐사하던 중 이상변화를 감지한 뒤 빙하기 도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은 불행히도 적중한다.

제갈공명도 아닌 잭 홀 교수가 기상이변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덕분. 이처럼 슈퍼컴퓨터는 가공할 정보처리 능력으로 수많은 변수를 가진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낸다.

▽“슈퍼컴퓨터 없는 세상은…”=과학자들은 자동차로부터 최근 인류의 기념비적 발견에 이르기까지 슈퍼컴퓨터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한다.

신(神)의 인간제작 매뉴얼인 ‘인간게놈 지도’는 15개국의 과학자들이 13년 동안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완성한 것이다. 대부분의 신약개발도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슈퍼컴퓨터는 ‘킹콩과 몬스터, 토이스토리의 엄마’이기도 하다. 상상 속의 존재를 실물처럼 만들어 내기 위한 컴퓨터그래픽 제작이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화재로 사라진 국보 제1호 숭례문도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디지털로 복원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슈퍼컴퓨터가 발전하면 럭비공과 개구리, 주가, 여자 마음의 방향까지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초의 슈퍼컴퓨터는 1976년 미국에서 개발된 Cray-1. 당시의 정보처리능력은 지금의 PC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대덕밸리에…=대전 유성구 구성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4호기(IBM SMP 시스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클러스터 시스템)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 내년 상반기 2차분이 들어오면 초당 324조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가격은 600억 원, 연간 전기료는 21억 원가량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로드러너(roadrunner)’로 초당 1026조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이 연구원 슈퍼컴퓨팅센터 이식 박사는 “당초 세계 5, 6위 수준으로 설계된 우리 슈퍼컴퓨터 순위가 설치하는 사이 10∼20위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슈퍼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는 5년만 지나면 구형이다.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에 거저 주려 해도 유지보수 비용과 운영 노하우 때문에 가져가지 않는다.

KISTI는 8층 건물 전체가 하나의 컴퓨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컴퓨터 본체는 600m²의 기계실에, 모니터(8×2.2m)는 별도의 가시화실에 설치돼 있고 종합상황실이 따로 있다.

KISTI는 정부기관과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의뢰한 물리 천문, 화학 생물, 기상 해양, 고체 구조, 열류체 등 5개 분야의 연구 과제를 슈퍼컴퓨터로 처리해 준다.

196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로 출발해 2001년 산업기술정보원과 통합됐으며 국가과학기술 지식정보의 유통체계 확립과 국가 전략기술 정보 분석 및 지원, 슈퍼컴퓨팅 인프라 개발 및 운영 체계 확립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박영서 KISTI 원장은 “국가 과학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세계 일류의 종합정보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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