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中 갈등과 한반도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9분


미국과 중국의 군용기 공중 충돌 사건은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3일 중국측에 억류돼 있던 승무원 24명에 대한 미국측의 면담이 이뤄진 것은 이번 사태 해결에 긍정적인 신호다. 반면 중국측은 미국 정찰기 내부의 첨단 전자도청장비 일부를 밖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중국이 정찰기 장비에 손을 댔다면 미국의 전자정보 수집체계는 재편이 불가피하며 이는 미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미국은 중국 영공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남중국해 하이난(海南)섬에 비상착륙한 해군 정찰기와 승무원의 즉각 송환을 요구해왔다. 이에 중국은 미국측 잘못으로 사건이 터졌고 미 정찰기가 허가도 없이 중국 공군기지에 착륙했다며 미국의 사과와 손해배상을 반드시 받아야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중(美中)간의 위험한 경쟁관계가 이번 사건으로 군사적 측면에서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중 대립구도는 미국 군사력의 무게 중심을 태평양으로 이동시키는 등 중국을 21세기의 최대 경쟁자로 바라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인식 때문에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태도에 대해 자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최근에만도 양국은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 미국의 대만에 대한 이지스급 구축함 등 무기판매 문제, 중국군 장교의 미국 망명 및 중국계 미국인 학자의 중국 억류 등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미중 갈등이 일각에서 얘기하듯 신냉전(新冷戰)으로 고착될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작년 한 해에만도 쌍방 교역액이 115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경제적으로 깊숙이 연계된 양국이 대결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도 양측이 종국에는 협상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게 우리의 기대다.

미중이 치열하게 대립하면 한반도의 냉전종식과 영구적인 평화체제 수립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미중 어느 한 쪽에 서기를 강요받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지키고 관철해 가는 외교 역량의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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